국내 은행들이 가장 많이 진출한 나라가 있다. 바로 베트남이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은행을 비롯 10개 은행이 베트남 시내에 간판을 내걸었다.
이들의 영업점포(법인, 사무소 포함)만 올 상반기 기준 33개나 된다. 지점수는 수십개에 달한다. 황금을 찾아 서부로 향했던 이들처럼 시중은행들은 앞다퉈 베트남 비행기를 탔다. 베트남 경제의 성장 가능성, 베트남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의 수요 등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새 먹거리를 찾아 나선 시중은행들은 ‘공격! 앞으로’를 외쳤다. ‘베트남 신화’도 현실화되는 듯 했다. 하지만 역시 공짜는 없다. ‘공격’에 치우쳐 ‘수비’를 게을리 한 값은 돌아온다. 내실, 리스크 관리를 미뤄둔 데 따른 대가다. 최근 문제가 된 삼성전자의 1차 협력사 플렉스컴이 좋은 예다. 지난 3월 국내 본사가 상장폐지 절차를 밟으면서 부도가 나자 IBK기업은행(80억원), 신한은행(70억원), 우리은행(110억원) 등이 약 260억원 가량을 물렸다. 담보 없이 대출을 해준 IBK기업은행 베트남 하노이 지점은 적자전환까지 예상된다.
플렉스컴의 부실은 2014년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지만 무리한 대출과 만기 연장이 되풀이되면서 은행 손실로 이어졌다. 베트남에서 한국 기업의 수백억원 대 대출연체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 기업에 국한된 일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분위기가 그렇지 않다. “이번 건이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잖다.
베트남 현지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이미 국내은행들이 진출을 많이 하면서 한국 진출기업을 상대로 한 영업은 국내와 다를 바 없이 치열한 상황”이라며 “담보 평가 등 리스크 관리보다 공격적 영업에 무게를 실었었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에도 불구, 현지 공략보다 한국기업 상대 영업에 치중하다보니 영업망이 부실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현재 베트남에서 법인으로 전환한 신한베트남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은행은 한국기업들을 상대로 한 영업이 90% 이상이다. 게다가 베트남 현지로컬 은행들이 한국 기업을 잡기 위해 영업에 나서고 있다. 적진 공략은커녕 집토끼마저 잃은 상황이 된 것이다. 신한은행이 깃발을 들고 베트남 공략에 나선 게 1995년이니 이제 20년 됐다. 선발대건, 후발대건 ‘베트남 신화’를 노래하기 전에 ‘베트남 전략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