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Bank CenterCredit)을 결국 매각한다. 2008년 BCC 지분 41.9%(우선주 포함)를 9541억원 사들인 뒤 9년여 만이다. BCC의 장부가는 현재 1000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현지 금융당국이 추자 증자까지 요구하고 있어 총 투자 손실액은 1조원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다음주 이사회를 열고 BCC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안건을 올릴 계획이다. 이사회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우선협상대상자를 확정해 2월 중에는 주식양수도계약을 마무리지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외국계 은행 1~2곳을 상대로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은행은 자사 보유지분 41.9%와 세계은행 산하의 국제금융공사(IFC) 보유지분 10.0%를 합쳐 총 51.9%를 공동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민은행은 강정원 전 행장 시절 ‘글로벌 금융’의 기치를 내걸고 2008년에 카자흐스탄 4~5위권 은행 BCC를 인수했다. 인수 과정에서는 IFC를 공동 투자자로 끌어들였다. 당시 국민은행은 IFC가 공동 투자를 하는 조건으로 일정 가격 이상에 지분 전체를 되사주는 풋옵션을 내건 것으로 나타났다. 이 풋옵션 행사기간은 다음달에 만료된다.
BCC는 부동산 담보대출 위주로 영업했는데 국민은행으로 인수된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부실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여기에 현지 화폐 텡게화의 평가 절하와 국제 유가 하락 등으로 손실액은 더 커졌다. 국민은행은 2012년부터 BCC 장부가액을 조정해 현재는 1000원에 불과하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카자흐스탄 금융당국은 새로운 자본규제 도입에 맞춰 국민은행에 BCC 추가 증자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이 계획대로 진행되더라도 국민은행에 추가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새로운 인수자가 당국 요구에 따라 추가 증자를 해야 하는데다 IFC 보유지분 10%에 대해서는 일정 가격 이상 되사주는 풋옵션이 걸린 탓이다.
국내 간판 은행인 국민은행의 BCC 인수는 한국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 사례 중 대표적인 ‘실패작’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강 전 행장은 BCC 인수로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고 2010년에 물러났으며 국민은행은 수년간 해외 진출 ‘트라우마’를 겪어야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시 정부가 추진하던 카자흐스탄 자원외교의 반대급부로 부실 우려가 있는 BCC를 국민은행이 사들였다는 의혹도 여전히 제기된다”며 “국민은행의 BCC 인수는 현지 시장에 대한 철저한 분석 없이 해외 진출을 결정했다간 거액의 손실을 볼 수 있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