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수수료 규제보다 낙하산 근절

권다희 기자
2017.05.29 16:51

"심사제도를 도입하면 결국 수수료를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 되지 않겠습니까."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 중 하나로 내걸었던 '금융수수료 적정성 심사제도'를 두고 한 금융업계 종사자가 한 말이다. 금융위원회는 이 제도 도입의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아직은 수수료 심사제도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현실화할지 불확실하지만 실제 도입된다면 은행이 새로운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수수료를 인상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많다. 이 제도가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불법적으로 인상된 수수료를 찾아내는 역할만 한다면 다행이지만 금융회사의 수수료 자율화에 역행하는 제도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권, 특히 은행 서비스는 공공재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이 결과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표심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각종 수수료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문제는 은행이 공공기관이 아니고 수수료는 서비스에 대한 대가라는 점이다. 수수료는 서비스 가격인 만큼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맞다. 경쟁시장인 은행 서비스시장에 정부가 가격 개입을 한다면 왜곡된 가격은 어떤 형태로든 부작용을 낳게 된다.

수수료에 대한 직접적인 심사를 통한 개입보다는 금융회사간 담합 등 불공정거래를 막아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 시장 원리에 맞다. 어떤 은행이 수수료를 올렸을 때 그만한 대가를 지불할 가치를 못 느끼는 소비자가 있다면 거래 은행을 쉽게 바꿀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가격 책정이나 세부적인 상품 하나하나에 개입하는 대신 공정한 경쟁이 가능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만드는데 집중하는 것이 부작용도 덜하다.

금융업계에선 새 정부에서 낙하산 인사 근절 등 금융회사의 자율성이 높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 금융권 원로는 "은행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지배구조"라며 "정부의 인사 개입이 있는 한 어떤 최고경영자(CEO)도 장기계획을 세울 수 없고 경쟁력도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새 정부의 금융정책이 수수료 심사 등 개입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환경 조성에 초점이 맞춰지길 기대한다. 그래야 금융회사의 자율성이 제고돼 경쟁이 촉진되고 결과적으로 소비자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

권다희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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