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공약이 이렇게 빨리 시행된 적이 있었던가요. 2025년은 고사하고 당장 올해부터 어떻게 먹고 살지 걱정입니다.”
얼마 전 만난 한 카드사 임원에게 기술 발달로 2025년에 카드사가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묻자 돌아온 답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4일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데 대한 반응이다.
개정안에 따라 오는 8월부터 카드 수수료를 우대받는 영세가맹점은 연매출 2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중소가맹점은 3억원 이하에서 5억원 이하로 각각 확대된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내놓은 대선 공약으로 대통령 취임 35일만에 일사천리로 실행됐다.
역대 대통령들의 공약 이행률이 약 30%밖에 되지 않는 점을 고려할 때 빠른 이행력도 놀랍지만 단 한 번의 공청회나 간담회 과정도 없이 밀어붙였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더 큰 문제는 아직 새 금융위원장이 선임되지 않아 사실상 공석인 상태에서 금융위 소관의 중요 사안이 결정돼 집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카드 수수료는 2007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9차례에 걸쳐 영세·중소가맹점 범위 확대와 우대수수료율 인하를 통해 낮아졌다. 물가는 꾸준히 오르는데 카드 수수료는 1년에 한번꼴로 인하됐다. 가맹점주의 부담을 완화해준다는 취지다. 이제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가맹점은 전체의 90%에 이르러 ‘우대’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무색하다.
가맹점 수수료 수입이 줄면 카드사들이 일반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무이자 할부와 할인, 포인트 적립 등의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다. 가맹점을 지원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카드업계와 카드 이용자들의 희생만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따져볼 일이다. 어려운 가맹점의 부담은 완화해야 하겠지만 매달 2000만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가맹점이 영세업체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실제로 영세한 일부 가맹점이 아니라 90%에 달하는 가맹점의 카드 결제망 사용에 대한 가격인 수수료를 직접 정해주는 상황에서는 8개 전업계 카드사가 경쟁하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다. 정부 산하에 카드공기업 하나를 만들어 수수료를 정해주는 것이나 매한가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