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주담대 막힌 실수요자, 신용대출로 2금융권으로

한은정 기자
2018.03.16 10:08

최근 아파트를 구매하려던 지인이 주거래은행에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상담받으러 갔다 억울해 미치는지 알았다고 한다. 아파트 가격이 7억원이 넘어 대출이 많이 필요했지만 3억원 정도밖에 대출을 받을 수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사비, 중개수수료, 인테리어 비용, 취득세까지 생각하면 주거래은행 대출만으론 돈이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지인은 주거래은행에서 주담대를 최대한 받은 뒤 부족한 돈은 금리가 더 높은 다른 은행 신용대출로 메우기로 했다. 무주택자에서 벗어나 집 하나 사려는데 대출 제한이 뭐가 그리 많은지 화가 났다는 설명이다.

LTV(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등 대출 규제로 주담대가 막힌 실수요자들이 은행 신용대출은 물론 2금융권인 저축은행과 P2P(개인간) 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일반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대출 등 은행의 기타대출 증가액은 지난 1~2월 두 달 동안에만 2조2000억원 늘었다. 이는 2008년 통계 작성 이래 1~2월 기타대출 증가액으로 최대다.

지난해 79개 저축은행은 1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뒀다. P2P업체도 가입자수가 급증하고 대출액이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주담대를 억제하자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저축은행과 P2P대출을 찾고 있다는 얘기다.

대출 규제로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거주할 집 한 채 사려는 실수요자들까지 지나친 주담대 규제로 이자 부담이 더 큰 신용대출, 2금융권 대출에 내몰리는 것은 문제다. 부동산 투기는 막되 내 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를 위해 제한적으로 대출 규제를 완화해주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주담대 규제 회피를 위한 편법·우회 대출 점검에 나섰다. 주담대 규제에 따라 풍선효과가 나타나자 이를 막겠다는 취지지만 막아도 다른 구멍을 통해 또 다른 풍선효과가 생기고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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