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이 계열사 CEO(최고경영자) 인사를 통해 ‘세대교체’를 꾀했다. 1950년대생 CEO가 전원 물러나고 오랜 기간 자리를 지킨 ‘장수’ CEO들이 용퇴했다. 역량이 검증되고 좋은 실적을 낸 내부 임원들을 CEO로 대거 발탁하면서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경영 색채가 드러났다는 평가다.특히 증권가 첫 여성 CEO를 배출하며 ‘양성평등’ 가치에도 신경을 썼다.
KB금융지주는 19일 이사회 계열사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개최해 KB증권 등 7개 계열사의 대표이사 후보를 선정했다. 선정된 후보들은 오는 20일과 21일 각 계열사 이사회의 최종 심사와 추천을 거쳐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KB국민은행 다음 가는 최대 계열사 KB증권의 신임 각자대표 후보로는 김성현 KB증권 부사장과 박정림 KB국민은행 부행장 겸 KB증권 부사장이 각각 선임됐다. KB증권은 기존의 윤경은·전병조 사장이 물러났지만 각자대표 체제는 유지하기로 했다.
김 후보는 전 사장과 함께 IB(투자은행) 부문을 이끌었던 사내 IB 분야 최고 전문가로 앞으로 KB증권의 IB와 글로벌 부문을 이끌 예정이다. 박 후보는 국내 증권업계 첫 여성 CEO의 영예를 안게 됐다. KB국민은행 부사장을 겸직하며 은행·증권 복합점포 개설 등 그룹의 WM(자산관리) 사업을 총괄해 온 만큼 윤 사장이 이끌었던 WM과 자산운용·홀세일·경영관리 부문을 맡게 된다.
KB캐피탈 역시 주력사업 전문성이 높은 황수남 KB캐피탈 자동차금융본부 전무가 신임 대표이사 후보로 선임됐다. 황 전무의 대표이사 사장 발탁은 부사장 직급을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파격’으로 받아들여진다. 박지우 현 사장이 지난 3년간의 호실적에도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는’ 의미에서 용퇴를 선택한 만큼 박 사장과 함께 실적 상승을 이끈 황 전무를 발탁했다는 평가다.
KB부동산신탁 대표이사 후보로는 김청겸 KB국민은행 영등포 지역영업그룹 대표가 선임됐다. 신임 대표이사들의 임기는 2년이다. KB데이타시스템은 급변하는 IT(정보기술) 등 디지털 변화에 가장 적합한 인사를 찾아 추천할 예정이며 선정 전까지는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이로써 KB금융의 1950년대생 CEO였던 박지우 KB캐피탈 사장(1957년생), 김기헌 KB데이타시스템 사장(1955년생), 정순일 KB부동산신탁 사장(1958년생) 등 세 명은 모두 물러나게 됐다. 윤 회장은 최근 CEO들과 만나 “실적이 좋은 선배 CEO들이 많지만 어떤 결과가 있더라도 KB를 좋은 인연으로 생각해주시길 바란다”며 세대교체 의지를 피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 조재민·이현승 KB자산운용 사장, 김해경 KB신용정보 사장은 재선임됐다. 임기는 각각 1년씩이다.
이번 KB금융 계열사 CEO의 인사로 드러난 윤 회장의 뜻은 ‘세대교체’와 ‘내부발탁’이다. 경영 만 4년을 넘기며 ‘리딩금융그룹’의 지위를 확고히 다진 만큼 그간의 호실적을 치하하는 차원에서 내부인사를 CEO로 승진 발탁하는 동시에 ‘장수 CEO’ 교체로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추위 관계자는 “디지털 트렌드와 저성장 구조 속에서 지속성장이 가능한 동력을 발굴할 수 있는 혁신적이고 실행력 있는 리더그룹 형성에 중점을 두고 대표이사 후보를 선정했다”며 “특히 KB캐피탈은 최근 시장 및 그룹 내 지위와 영업력이 크게 향상된 점을 반영해 내부 인력을 발탁해 전문성 강화와 향후 계열사 대표이사 선정의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