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암보험, 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 보험료가 종전보다 5%가량 낮아진다. 금융당국이 보험사업비 체계 개편을 통해 보장성보험 판매시 설계사 수당 용도로 떼 가는 신계약비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또 보험상품 판매 첫해에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도 월 보험료의 최대 1200~1400% 까지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보험사의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신계약비를 초과해 모집수당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동시에 추진된다.
12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보험상품 사업비 및 수수료 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오는 16일 추진 방향을 공개하고 보험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보장성보험, 신계약비 확 낮춘다..보험료 5% 인하=금융당국은 우선 암보험, 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 상품의 신계약비 부과 방식을 확 바꾼다.
보장성보험은 질병이나 사망 등을 보장하기 위해 적립하는 보장 순보험료와 향후 보험금 지급을 위해 적립하는 저축 순보험료로 나뉜다. 현재는 두 보험료를 합산한 뒤 보험만기(보험기간)를 최대 20년으로 가정해 신계약비를 책정해 왔다. 금융당국은 과도한 신계약비 부과를 막기 위해 보장성 보험의 보험만기를 최대 20년으로 제한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보장과 저축 부문의 순보험료를 따로 떼어 내 각각의 신계약비를 책정해야 한다. 보장 부문의 경우 종전대로 최대 보험만기를 20년으로 계산하지만 저축 부문은 종전 20년에서 12년으로 단축한다. 이렇게 되면 종전 대비 약 8년간의 신계약비 수수료를 못 떼가는 셈이 된다. 연금보험이나 저축 보험 등 다른 저축성 보험의 최대 만기(10년~12년) 수준을 적용한 것이다.
20년 만기 암보험(순보험료 보장 부문 100원, 저축 부문 400원 가정)을 예로 들면 지금은 보험만기 20년을 곱하고 각종 추가 산식을 넣어 신계약비가 510원이 나온다. 510원 정도를 보험 설계사 모집 수당으로 지급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앞으로는 보장 부문 100원에 대해서는 20년치의 신계약비(110원)를, 저축 부문 400원(240원)에 대해서는 12년치의 신계약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340원만 신계약비로 떼 갈 수 있다.
보장 부문과 저축 부문의 보험료 비율이 상품별로 다르긴 하지만 전체 신계약비가 종전 510원에서 340원으로 쪼그라드는 셈이다. 이에 따라 설계사에 지급할 수 있는 수당(신계약비)도 종전 대비 30~40% 정도 줄어든다.
보험가입자 입장에선 신계약비와 관리수수료로 구성되는 보험사업비 역시 연쇄적으로 줄어들어 암보험, 종신보험 등 보장성 보험료가 종전 대비 5% 정도 인하될 수 있다.
금융당국이 보장성보험의 신계약비에 대해 대대적인 개편에 나선 이유는 보험사들이 보장성보험에 저축 기능을 넣어 우회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저축성 보험은 보장성 대비 수수료가 적지만 보장성 보험에 저축 기능을 넣으면 보장성 보험 수준으로 신계약비를 높게 책정할 수 있다. 일종의 수수료 '꼼수'를 썼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앞서 2014년에도 저축성보험과 연금보험에 대한 신계약비 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한 적이 있다. 저축성보험과 연금보험의 신계약비(설계사 수당)을 판매 첫해 각각 70%, 75%만 주도록 분급 제도를 시행했다. 이후 단계적으로 첫해 수당을 축소해 2017년 부터는 각각 50%, 60% 지급토록 하고 있다. 모집수당이 쪼그라 들면서 보험설계사들이 연금보험과 저축성 보험 판매를 기피해 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장성 보험은 순수한 보장성 용도로 개발해 판매하라는 뜻"이라며 "하지만 신계약비가 이렇게 쪼그라들면 상품판매를 아예 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반발했다. 특히 국내 보험가입자들은 순수보장성 보험 보다는 만기에 일정 금액을 환급받을 수 있는 저축 기능이 담긴 보험상품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사업비 체계 개편 방향이 수요자 '욕구'를 간과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첫해 설계사 수당 1200~1400%로 제한, 사실상 가격규제 도입=금융당국은 보험설계사의 모집수당도 제한하기로 했다. 보험설계사가 보험 상품을 판매한 첫 해 받을 수 있는 모집수수료를 월납보험료의 1200~1400%까지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금은 많게는 월납보험료의 1700%까지 판매 첫해 수당으로 지급하면서 과당경쟁이 벌어지고 있고 보험료 인상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판매 첫해 과도한 모집 수당을 지급하면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높고, 궁극적으로는 보험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설계사 수당에 대해 직접적으로 제한을 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은 간접 규제만을 해 왔다. 그만큼 당국의 의지가 크다는 것이지만 한편으론 지나친 '가격 개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아울러 신계약비를 넘어서는 사업비 지출도 제한하기로 했다. 일부 보험사들은 신계약비를 넘어서는 설계사 수당을 책정해, 과당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역시 보험사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불완전판매를 조장한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다만 "설계사 수당을 첫해에 몰아주지 않고 일정 기간 분급해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도 "설계사 이직시 잔여 수당 지급을 둘러싼 갈등 때문에 제도 도입을 일괄적으로 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