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17일 보험회사의 해외 투자 한도를 완화해주는 법안이 끝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제로금리' 쇼크로 역대급 위기에 놓인 보험사들은 그나마 자산운용 부문에서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법안마저 무산되면서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놓였다.
이날 국회에서는 보험사의 해외투자 투자 한도를 기존 30%에서 50%로 확대하는 방안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했다. 앞서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현행 보험업법은 해외투자에 대한 투자 한도를 총자산의 30%로 규제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막무가내로 해외 투자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제인데, 다른 금융권과 형평도 맞지 않고 해외 추세에도 역행하는 해묵은 규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최근 몇 년 간 저금리 상태가 지속되면서 일부 보험사들의 해외 투자 비중이 한도에 임박한 경우가 많아 수년 전부터 해외 투자 한도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졌다. 실제로 한화생명, 푸본현대생명, DB생명 등은 운용 자산 중 해외 투자 비중이 30%에 육박한다. 동양생명, 교보생명, 미래에셋생명도 20%대를 넘어섰다. 비교적 보수적으로 해외투자 비중을 유지해 온 삼성생명도 11%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다음 국회가 열려 통과될 때면 전세계적으로 제로금리가 본격화해 해외 장기채권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투자처가 지금보다 다변화되는 효과는 있겠지만 제로금리가 되기 전에 진작 완화해 줬어야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하는 보험사들에게 치명적이다. 보험사들은 그동안 보험상품을 팔아 거둔 보험영업에서 손실을 보면서도 자산운용을 통한 투자수익률로 이를 만회해 왔다. 하지만 제로금리 시대가 되면서 역마진이 감당할 수 없어 자본잠식에 빠지는 보험사가 쏟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금리가 0.1%(=10bp) 떨어질 때마다 수천억~수조원대 자금확충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특히 생보사는 과거에 팔았던 고금리 확정형 상품으로 인해 금리 역마진에 시달리는 상태라 제로금리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자본확충도 문제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 지급여력제도인 킥스(K-ICS) 도입되면 금리가 0.1% 하락할 시 보험부채가 수조원대씩 늘어날 수 있다. 보험사들이 해외 투자에 눈을 돌려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리변동에 따른 자산과 부채 변동폭이 작아야 자본 변동성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만기가 긴 장기채권을 찾는 과정에서 해외투자를 늘려온 것이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금리변동으로 인한 영향은 회사가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이 사실상 없어 해외투자 한도 규제 완화라도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었다"며 "제로금리 시대가 장기화 되는 것에 대비해 듀레이션(잔존만기) 장기화 방안 등을 적극 찾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