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금리 '쇼크' 보험업계, 해외투자 '숨통'도 막혔다

전혜영 기자
2020.03.18 04:28
(서울=뉴스1)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춰 역대 최저치인 연 0.75%가 됐다. 0%대 기준금리는 사상 처음이다.(한국은행 제공) 2020.3.1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3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17일 보험회사의 해외 투자 한도를 완화해주는 법안이 끝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제로금리' 쇼크로 역대급 위기에 놓인 보험사들은 그나마 자산운용 부문에서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법안마저 무산되면서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놓였다.

사면초가 보험사 발목 잡은 '해외투자 한도' 뭐기에…

이날 국회에서는 보험사의 해외투자 투자 한도를 기존 30%에서 50%로 확대하는 방안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했다. 앞서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현행 보험업법은 해외투자에 대한 투자 한도를 총자산의 30%로 규제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막무가내로 해외 투자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제인데, 다른 금융권과 형평도 맞지 않고 해외 추세에도 역행하는 해묵은 규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최근 몇 년 간 저금리 상태가 지속되면서 일부 보험사들의 해외 투자 비중이 한도에 임박한 경우가 많아 수년 전부터 해외 투자 한도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졌다. 실제로 한화생명, 푸본현대생명, DB생명 등은 운용 자산 중 해외 투자 비중이 30%에 육박한다. 동양생명, 교보생명, 미래에셋생명도 20%대를 넘어섰다. 비교적 보수적으로 해외투자 비중을 유지해 온 삼성생명도 11%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다음 국회가 열려 통과될 때면 전세계적으로 제로금리가 본격화해 해외 장기채권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투자처가 지금보다 다변화되는 효과는 있겠지만 제로금리가 되기 전에 진작 완화해 줬어야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로금리 쇼크, 역마진 리스크에 '빅3'도 흔들

금리 인하는 보험사들에게 치명적이다. 보험사들은 그동안 보험상품을 팔아 거둔 보험영업에서 손실을 보면서도 자산운용을 통한 투자수익률로 이를 만회해 왔다. 하지만 제로금리 시대가 되면서 역마진이 감당할 수 없어 자본잠식에 빠지는 보험사가 쏟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금리가 0.1%(=10bp) 떨어질 때마다 수천억~수조원대 자금확충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특히 생보사는 과거에 팔았던 고금리 확정형 상품으로 인해 금리 역마진에 시달리는 상태라 제로금리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자본확충도 문제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 지급여력제도인 킥스(K-ICS) 도입되면 금리가 0.1% 하락할 시 보험부채가 수조원대씩 늘어날 수 있다. 보험사들이 해외 투자에 눈을 돌려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리변동에 따른 자산과 부채 변동폭이 작아야 자본 변동성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만기가 긴 장기채권을 찾는 과정에서 해외투자를 늘려온 것이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금리변동으로 인한 영향은 회사가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이 사실상 없어 해외투자 한도 규제 완화라도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었다"며 "제로금리 시대가 장기화 되는 것에 대비해 듀레이션(잔존만기) 장기화 방안 등을 적극 찾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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