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서 막힌 대출, 2금융에서 받을 수 있을까? 은행 대출을 조이면 제2금융권에서 대출 풍선효과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는 진작부터 나왔다. 실제로 7월 초부터 초부터 적용된 차주별 DSR(총부재원리금상환비율) 40% 규제를 피해 2금융권을 찾는 수요가 늘었다. 이는 보험·카드·저축은행·상호금융 등 2금융권에선 아직 DSR 60%가 인정되기 때문이다. 2금융권도 카드론 등의 금리를 낮추면서 고신용자들을 흡수하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런 문제점을 의식해 금융당국은 2금융권 가계대출이 급격히 늘면 은행처럼 DSR 규제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은행과 비은행간의 규제 차이에서 오는 규제차익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에서 돈줄이 막힌 수요가 2금융권으로 넘어가는 경향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경우 차후 시중은행 대출을 회수당하고 2금융권에 의존하게 되기 때문에 수요는 일정 부분 제한되는 측면이 있다.
◇치솟는 집값, 금융당국의 무기 'DSR 규제 강화'
DSR은 가계대출의 연간 원리금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지표다. 시중은행 등 1금융권에선 DSR 40% 이상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상환능력을 넘어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사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연봉이 5000만원인 직장인은 연 원리금 상환액이 2000만원을 넘길 수 없다. 정부는 최대 4억원까지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연 3% 금리 30년 만기 분할상환으로 4억원을 빌린다고 가정하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은 2533만원에 달한다. DSR 40% 기준을 맞추려면 연봉이 6333만원보다 높아야 한다. 기존 신용대출이 있는 차주라면, 주택자금 4억원을 빌리는 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연봉기준은 더 높아진다.
그렇지만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고, 돈이 더 필요한 이들은 '2금융행'을 감수한다. 2금융권에 DSR 60%가 적용되는 게 2023년 7월부터기 때문이다. 지난 4월27일 'DSR 40%' 내용이 포함된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발표된 이후 2금융권에 주담대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 시중은행에서 DSR 40%를 최대한 채워 대출을 받은 후 모자란 돈은 2금융권에서 받는 차주들은 과거보다 늘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문제는 신용점수다. 통상 2금융권에서 대출받은 이력이 있으면 신용점수가 하락한다. 신용점수가 높았던 사람이 DSR 40% 규제를 피해 2금융권에서 추가대출을 받을 경우 신용점수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2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여파로 신용점수가 떨어지면 1금융권 기존 대출을 갚아야 한다. 이를 위해 2금융권 대출을 더 받는 악순환 현상이 생길 확률이 높다.
최악의 경우 1금융권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 이는 기존에 시중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아둔 차주에게는 심각한 문제다. 금융사들은 고객의 대출약정이 만기돼 연장여부를 심사할 때 다시 신용평가를 한다. 신용점수가 이전보다 낮아졌으면 기존 대출금 중 일부를 갚아야 하거나 훨씬 높아진 금리를 적용받게 될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2금융권에서 DSR 40%를 초과하는 대출을 받았을 경우 시중은행에서 신규 신용대출은 받을 수 없다"며 "기존 대출의 연장은 가능하지만, 신용점수가 하락했을 경우 한도나 금리에 악영향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1·2금융권 강타한 'DSR 규제 태풍'
금융당국도 DSR 규제로 2금융권에 대출수요가 몰리는 현상을 인식했다. 2금융권 가계대출이 급격히 늘어날 경우 1금융권 수준의 규제를 적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6일 '제1차 가계부채리스크 관리 TF(태스크포스)' 회의를 열고 "금융기관들은 국민들의 위험추구 행위에 편승해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리스크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행태를 지양해야 한다"며 "특히 금융권 일각에서 은행·비은행 간 규제차익을 이용해 외형확장을 꾀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데,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 차등해 운영 중인 차주별 DSR 규제와 관련해 규제차익을 이용한 비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된다고 판단할 경우, 은행권·비은행권 간 규제차익을 조기에 해소해나가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도 했다.
금융당국이 DSR 40% 규제 카드를 꺼낸 이유는 국민들의 과도한 '빚투(빚내서 투자)'를 자제시켜 향후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규제를 피해 2금융권으로 향했다 자칫하면 '고금리 늪'에 빠질 수 있다. 이는 금융당국의 규제 의도와 다른 것이다. DSR은 차주들이 소득 범위 내에서 돈을 빌리게 하면서 동시에 금융회사의 건전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2금융권에서 갚을 수 없을 만큼 돈을 빌리면 그만큼 차주와 2금융권의 리스크가 커진다. 물론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고신용자들이 2금융권으로 넘어가므로 오히려 2금융권의 고객 질이 좋아지는 측면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2금융권의 대출총량에는 한계가 있다. 금융당국이 전년 대비 대출총량 증가율을 전년 수준으로 유지하라며 예의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신용자들이 2금융권으로 향하면 저소득·저신용자의 대출이 제한되는 부작용이 생길수도 있다. 빌려줄 수 있는 돈의 총량이 정해져 있는데, 고신용자들이 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면 정작 중·저신용자들에게 빌려줄 돈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저축은행 업계에선 DSR 규제로 영업하기에 더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말도 나온다. 1금융에서 넘어오는 수요가 눈에 띌 정도가 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야 한다. 당장 DSR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부분의 고객들이 규제 대상이 돼 영업 한계에 부딪쳤다는 설명이다.
여전업계 관계자는 "DSR 규제로 인해 대출한도가 중요한 고신용자들은 조금 더 높은 금리를 내더라도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는 2금융권을 이용하겠지만 저소득·저신용자의 연쇄 대출 제한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2금융권 입장에선 우량 고객이 늘어난다는 점은 반길만하지만, 대출총량이 정해져 있어 영업 측면에서 큰 메리트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