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코로나 소방수' 성수형 떠나다 "마음 가볍지 않다"

박광범 기자
2021.08.30 17:22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소탈한 모습과 활발한 소통으로 늘 후배들을 챙겨주신 좋은 선배십니다."

떠나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에 대한 한 금융위 직원의 평가다. 은 위원장이 약 2년 간의 임기를 마치고 30일 퇴임했다. 이임식은 코로나19(COVID-19)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화상으로 진행됐다.

은 위원장은 임기 내내 직원들을 격의 없이 대하며 '경청의 리더십'을 보였다. 취임 이후 별도의 보고자료 없이 간부회의를 열면서 구두보고를 권장했다. 직원들이 형식적인 보고서를 쓰느라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는 취지였다.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은 "'성수형'이 지나간 자리는 늘 사건·사고가 없었는데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커서였던 것 같다"며 그를 배우겠다고 했다.

은 위원장이 마지막으로 강조한 말은 'There is no limit where you can go, what you can do if you do not mind who get credit'(누가 공을 얻게 될지, 책임을 지게 될지를 따지지만 않는다면 우리가 성취할 수 있는 일과 도달할 수 있는 곳에는 한계가 없다)였다. 부처 간, 혹은 부서 간 칸막이를 치고 업무를 미루지 말고 오직 국민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업무에 임해달라는 당부였다.

이 글귀는 미국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집무실 책상 앞에 뒀던 것이다. 은 위원장이 공직생활을 마치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에 취임했을 때 한 선배가 선물했던 기념패 속에 적혀 있던 문구라고 한다.

은 위원장은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과 사모펀드 사태로 인한 금융권의 신뢰 회복 등을 시작으로 가계부채 관리, 가상자산(암호화폐) 이슈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현안들을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해결했다.

그 어떤 것도 만만한 게 없었지만 은 위원장의 리더십이 가장 돋보였던 건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위기 대응이다. '국제금융통'인 은 위원장이 유럽 재정위기와 신흥국 외환위기 때 과감한 시장안정조치를 단행하며 국내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을 안정시켰던 경험이 바탕이 됐다.

금융위는 175조원+α(알파) 규모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를 통해 코로나19에 따른 금융위기 확산을 조기에 막았다. 이 덕분에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국보다 빠르게 금융시장이 회복됐다. 은 위원장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쉼 없이 달려왔고 나름 1~3차 패키지를 만들었다"며 "1997년 IMF 때와 같은 기업 연쇄부도와 시장붕괴를 걱정했다"고 되돌아보며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라고 했다.

청와대에 먼저 사의를 밝힌 그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일단은 가족들과 푹 쉬고 싶다"고 대답했다. 2014년 10월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에서 퇴직한 이후 세계은행 상임이사, 한국투자공사 사장, 수출입은행 은행장을 거쳐 금융위원장까지 쉼 없이 일 해왔던 그는 "코로나19로 아직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어 마음 한켠이 여전히 무겁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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