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속으로]K9 이집트 수출금융 80%…인니 잠수함땐 85%

김남이 기자
2022.02.19 09:36

'K9 자주포 이집트 수출' 과정에서 한국수출입은행이 이집트 정부에 인수자금을 대출해주기로 한 것에 대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집트가 한국 정부의 돈으로 한국 무기를 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무기를 주는데 그걸 사들일 돈까지 함께 꿔주고 나서 만약 상대국이 갚지 못한다면 빚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다. 단기적으로는 국가 원수의 치적일 수 있겠으나, 장기적으로 금융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맞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자조가 나온다. 실제 노태우 정부 때에 한국 정부가 러시아에 빌려줬던 경협차관은 불이행 사태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대규모 수주 과정에서 수입국에 자금을 대출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게 수출입은행의 설명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달러박스 산유국 UAE도 원전 발주 과정에서 사업비의 13%를 수은에서 충당했다. 대형 수출을 성사시키고 그에 관한 금융까지 한국이 도맡아 성공시킨다면 결과적으로 꿩먹고 알먹는 조합이 될 수 있다.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수은은 이집트 정부에 직접대출하는 방식으로 2조원 규모의 'K9 자주포 수출'을 금융지원하기로 했다. 계약 금액의 80%가량을 수출기반자금 형식으로 이집트 정부에 빌려주는 방식이다. 형식은 대출이지만 수출대금이 수은에서 수출기업인 한화디펜스로 바로 들어가는 구조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대구 공군기지(제11전투비행단)에서 열린 '국군의 날 행'에서 K-9 자주포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사진부 기자 photo@

이집트 정부가 K9 구매자금 대부분을 수은에서 대출받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에서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또 금융계약이 완료되기 이전에 수출계약이 먼저 체결된 것도 문제로 삼는다. 하지만 대선 국면을 맞아 야당이 현 집권세력인 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국가원수의 해외순방 성과를 폄하하려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구매국에게 구매자금을 융통해주는 수출기반자금(수입자 앞 금융)은 국가 간 거래에서 일반적인 관행 중 하나다. 정부가 제작한 '방산수출 가이드북'에는 "방산시장의 경쟁 심화에 따라 국내 정책금융기관 등을 통해 구매국 앞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우리 방산기업의 수출계약 체결 가능성을 높인다"고 설명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이러한 경우 대출금액은 최대 소요 자금의 90%까지 가능하다. 수은은 수입국의 △신용도·대외신인도 △원금 상환 능력 △정치·사회·경제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대출 여부를 결정한다.

금리는 보통 대출금리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CIRR(상업참고금리)에 국가별 위험요소, 수수료 등을 고려해 책정한다. 이번 계약은 유로화로 진행됐는데, 유로 CIRR(0.78%)과 이집트의 OECD 국가등급(5등급) 등을 감안하면 연이율 3%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단순 계산하면 수은으로선 연 480억원의 이자 수익이 생기는 거래다. 조달금리(1%대)를 감안하면 수은 입장에서 상당히 남는 장사다.

UAE 원전에 13%, 인니 잠수함에 85% 지원…프랑스, 라팔전투기 수출 당시 금융지원

금융지원은 방산 외에 발전소, 플랜트, 선박 등 수주산업에서도 진행된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12월 UAE와 체결한 원전 수주 계약은 수은이 전체 사업비(186억달러)의 약 13%(25억달러)를 UAE 정부에 대출해줬다. 초기에 수은은 UAE 원전에 100억달러를 지원할 계획을 세웠지만 UAE 정부가 외부차입 규모를 줄이기로 하면서 지원 규모가 줄었다.

방산 수출은 국내 기업의 거래 대상국이 개발도상국인 경우가 많다. 이들 국가는 꼭 필요한 전략 무기가 꼭 필요한 국방자원이지만 지급결제화가 충분하지 않아 대부분 수출국에 금융지원까지 요구한다. 특히 중남미 등 일부 국가는 방산수출 협상 과정에서 계약금의 100% 대출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남이 콜롬비아가 LIG넥스원으로부터 미사일을 사들인 거래가 있다.

앞서 이명박 정부는 2011년 12월 당시 대우조선해양을 통해 인도네시아에 잠수함 3척을 수출하기로 했는데 그 때도 수출입은행의 지원을 통해 상대국에 금융을 융통해줬다. 이 거래에선 수주액 11억달러 가운데 85%인 9억달러를 수은이 지원했다. 이집트 수출금융보다 비중이 더 큰 규모다. 당시 수은이 인도네시아 재무부 등과 협의해 상환기간도 장기인 10년으로 설정했다.

해외 선진국들도 방산 수출과정에서 ECA(수출신용기관) 금융지원을 병행한다. 이집트가 라팔 전투기 30대 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거래대금 37억5000만유로 중 85%를 수출국인 프랑스 은행의 신용으로 충당했다.

금융계약이 수출계약보다 늦은 것은 이미 수출계약 협상과정에서 금융조건이 대부분 마무리됐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대출의향서에 이미 주요 금융조건이 제시된 상태이고, 수출계약 후에 대출금 집행 방식 등 세부사항을 넣어 금융계약을 체결한 형식이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이집트 방산수출 지원이 일반적인 거래로 과거 수출 금융 지원사례에 비해 특혜라고 지적할 부분이 없다고 설명한다. 더구나 수출입은행이 금융공기업이라 일부 의심처럼 이자율에 있어서도 역마진을 보면서 대출해줄 수가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정권이 바뀔 경우 이런 이상 거래가 적발된다면 실무진이 배임혐의를 받을 수 있는데 위에서 찍어누른다고 무리한 대출을 해줄 이유가 전혀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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