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잡겠다"고 했는데…'1862조 폭탄' 남긴 文정부

김남이 기자
2022.05.07 07:00

[MT리포트] 문재인정부 5년, J노믹스의 명암⑤ 금융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을 위한 가계부채 위험 해소'.

문재인 정부가 5년 전 내세운 첫 번째 금융정책이지만 지금도 가계부채 위험은 그대로다. 오히려 지난 5년간 500조원 넘게 늘어난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소로 커졌다. 코로나19 팬데믹 등 외부 요인도 있지만 J노믹스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큰 몫을 했다.

과도한 금융산업에 대한 개입과 규제 중심 정책에 아쉬움도 남는다. 금융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은 실종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서민·포용금융 강화 등은 문재인 정부가 남긴 성과 중 하나다.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 증가속도...쓸 수 있는 돈보다 빚이 1.7배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말 가계신용 잔액은 1862조1000억원으로 전년보다 7.8%(136조원) 늘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과 비교하면 519조6000억원 증가했다. 해마다 평균 100조원 이상 가계부채가 증가한 셈이다.

경제규모 성장과 함께 가계빚은 자연스럽게 증가하지만 속도가 문제다. 2020년 처음으로 GDP(국내총생산)보다 가계부채가 더 많은 상황에 이르렀고, 지난해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6.1%로 집계됐다. 5년 사이 18.8%포인트 상승했다. 비율과 증가속도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금, 보험료 등을 빼고 일반 가정에서 쓸 수 있는 돈(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7배에 이른다. 부채 부담이 내수 위축으로 이어지고, 저성장으로 빠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IMF(국제통화기금) 등 해외기관에서도 한국의 높은 가계부채를 경고한다.

지난해 하반기 한국경제학회에서 실시한 내부 설문조사에 응답한 27명의 교수 모두 가계부채 규모가 높은 수준(혹은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답했다. 금융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교수도 있다.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으로 89%가 '주택담보대출 등 주거서비스 자금 수요'를 꼽았다.

문재인 정부가 가계부채 총량을 관리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실패했다. LTV(주택담보인정비율) 강화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황비율) 단계적 도입을 실행했으나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가계부채 총량 관리를 내세워 사실상 직접적인 대출 통제에 나섰다. 전세대출을 조이려는 움직임에 여론의 역풍을 맞기도 했다. 높은 가계부채는 새로 출범하는 정부에도 큰 부담이다.

인터넷은행·핀테크 활성화 성과...'금융산업' 육성 정책은 없었다
25일 서울시내 한 은행에서 대출 관련 창구가 운영되고 있다. /사진=뉴스1

문재인 정부는 '금융산업 구조 선진화', '서민 재산형성과 금융지원 강화'도 주요 금융정책 목표로 삼았다. 또 소비자 보호 중심의 금융관리·감독체계 마련도 강조했다.

이 같은 정책목표는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과 핀테크 활성화, 중금리 대출 시장 확대 등의 성과로 이어졌다. 법정 최고 이자율은 지난해 연 24%에서 연 20%로 인하됐고,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두 차례 낮췄다. '포용적 금융'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지나친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와 개입으로 자율성이 침해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민 이자부담을 낮추는 것도 좋지만 낮은 이자에 제2금융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저신용자들이 제도권 밖 사금융에 몰리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과도한 금융관리와 감독은 여러 분쟁을 불러왔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또 금융산업 자체를 위한 정책은 사라지고, 다른 산업 혹은 정책을 위한 보조적 역할로 그치게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통적인 금융산업을 바꾸고자 빅테크를 활용하면서 과도한 혜택을 제공하는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도 발생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문재인 정권에서 금융정책이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정부가 주도적으로 규제 위주의 정책을 펴다보니 금융업권의 자율성도 떨어지고, 시장 질서도 많이 왜곡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정책을 민간 자율에 맡기기보다는 직접 시장의 플레이어로 참여하다보니 나오는 부작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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