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권의 KPI(핵심성과지표) 시스템과 관련해 "매우 잘못된 부분이 많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홍콩H지수ELS에 이어 벨기에 부동산 펀드까지 투자자 손실사태가 이어지는 이유로 금융사들의 단기성과주의 판매행태를 겨냥한 것이다.
이 원장은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벨기에펀드의 투자설명서 91페이지에서 전액손실을 알리는 부분은 딱 한 줄이다'라는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이같이 밝혔다.
김 의원이 지적한 벨기에 펀드는 벨기에 정부기관이 사용하는 현지 오피스 건물의 장기 임차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2019년 설정됐다. 당초 5년간 운용한 뒤 임차권을 매각해 수익분배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매각에 실패하며 전액손실이 확정됐다. 금감원은 판매사인 한국투자증권, KB국민은행, 우리은행에 대한 현장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원장은 "상품을 출시해서 단기 실적이 좋으면 인센티브를 굉장히 많이 받고, 실제로 사고가 나면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라며 "KPI시스템을 전면 개선해서 성과평가를 장기로 이연해 평가하고, 환원하는 시스템을 대폭 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금감원에 따르면 금융권이 2023년 지급한 성과급 1조원에 대해 투자 손실 등에 따라 실제 환수한 금액은 9000만원에 그쳤던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이 원장은 자체 조직개편을 통해 손실 가능성이 큰 금융상품에 대한 설계부터 들여다보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상품설계단계부터 엉터리 같은 상품을 설계하는 것을 필터링하고 상품 출시할 때 신고 내용을 면밀히 보기 위해 보완하고 있다"라며 "조직개편에서 목표 자체를 바꾸려는 부분이 형식적인 대응을 막고 전면적으로 개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영국과 미국의 사례를 들며 소비자보호 확대를 강조하자 이 원장은 '무과실 책임 보상'을 언급했다.
김 의원은 "불완전 판매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세가지가 필요하다"라며 "경영진에 책임을 묻는 책무구조도, KPI 관행 개선, 나머지가 영국과 미국이 도입한 컨슈머 듀티 원칙을 도입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금융행위감독청(FCA)이 도입한 소비자 의무(Consumer Duty)는 고객에게 좋은 결과를 제공해야 할 의무로, 금융사가 반드시 지켜야하는 최상위 행동 규범 12개 가운데 하나다.
이에 이 원장은 "KPI 1차 개선은 시행 중이지만 추가적으로 금융위와 보완하는 노력을 하겠다"라며 "영국의 선례와 관련한 부분은 무과실 책임 보상과 관련된 부분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