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제도가 국내에 도입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관리공백으로 수익률이 낮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특히 DC형(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은 재직 중 직접 투자처를 골라 관리해야 하지만 제도를 잘 이해하지 못해 원리금보장형 상품에만 자산을 두거나 투자를 전혀 하지 않고 자산을 대기시켜 사실상 계좌를 방치한 경우도 적지 않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모든 사업장 퇴직연금 의무화'라는 제도의 전환을 앞두고 우리은행이 연금전문가가 기업현장을 찾아 근로자와 일대일 상담을 진행하는 '찾아가는 연금관리 서비스'를 확대한다. 상담의 핵심은 '상품설명'이 아니라 '이해도 제고'다. 연금계좌가 어떻게 운용되는지, 은퇴시점까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근로자 눈높이에 맞춰 설명한다. 지난해 하반기엔 총 316개 업체를 대상으로 427회 현장방문이 이뤄졌다.
김수빈 우리은행 연금사업부 과장은 하루에 많으면 두 번 기업을 찾는다. 적립금 규모와 관계없이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기초부터 차근차근 설명한다. 김 과장은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한 50대 이상 직원 중 퇴직연금제도를 전통적 퇴직금제도처럼 생각해 아예 투자에 손을 대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며 "DC형 퇴직연금을 이렇게 관리해야 하는 거구나를 배우고 '유레카'를 외치는 반응도 많다"고 말했다.
현장컨설팅 이후 업종과 기업규모에 무관하게 연금운용 성과가 전반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 제조회사, 운수업체, 게임사 등 서로 다른 성격의 사업장에서 원리금비보장형 자산비중이 2024년 10월부터 16~29%포인트(P) 높아졌고 누적 수익률도 3.55~12.24%P 상승하며 최대 9~25%대를 기록했다.
전사업장에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되면 현장서비스 효과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 기능강화를 위한 노사정TF(태스크포스)'는 지난 6일 모든 사업장에 퇴직연금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시행키로 합의했다. 퇴직연금 형태의 제도가 전사업장에 자리잡으면 근로자와 기업 모두 적응기를 맞게 된다.
우리은행은 우리금융그룹 계열사와 협업을 통해 신규상품을 순차적으로 출시한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