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수 끝나도 '안 끝난 추심'…장기연체채권 안 넘긴 금융사 17곳

김미루 기자
2026.05.13 16:26

새도약기금 출범 8개월째 금융회사 17곳 협약 미가입
대부업체는 매각가 낮다지만 추심 수익원 지키기 속내도

2026년 5월 새도약기금 협약 가입 현황. /그래픽=김현정 기자

상록수제일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상록수) 장기연체채권 문제가 새도약기금 이관으로 해결 수순에 들어갔지만, 일부 장기연체차주는 여전히 추심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개월째 새도약기금 채권 매입 협약에 참여하지 않고 연체채권을 쥐고 추심을 이어가려는 금융회사가 남아 있어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새도약기금 출범 이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금융회사들과 채권 매각 협의를 진행했지만 매각 대상 채권을 보유하고도 채권매입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금융회사는 17곳에 달한다.

새도약기금은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 장기연체채권을 매입해 상환능력이 없는 차주의 채무를 소각하거나 채무조정을 지원하는 정책 프로그램이다. 캠코에 따르면 매각 대상 채권을 보유한 금융회사 2753곳 중 2736곳이 협약에 가입했다.

특히 매각 대상 채권 대부분을 보유한 대부회사 30곳 중 15곳은 8개월째 협약 미가입이다. 가입사는 올해 들어서도 5곳 늘어나는 데 그쳤다. 캠코가 개별 대부업체를 직접 방문해 설득하고 있지만 절반은 아직 참여하지 않은 셈이다. 나머지 미가입 2곳은 대부업체도 유동화전문회사(SPC)도 아닌 다른 업권 금융회사로 파악됐다. 이들이 보유한 채권 규모와 차주 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새도약기금이 손을 뻗지 못한 채권이 남아 있는 한, 수백만원 빚을 10년 넘게 안고 살아온 고령 차주들은 다시 추심 전화를 받아야 한다. 캠코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새도약기금이 소각한 13만3000여명분의 채권은 고령층과 소액·초장기 연체채권에 집중됐다. 차주 연령은 50대 이상이 약 90%였고 소각 규모는 1000만원 이하가 80%를 웃돌았다. 연체기간도 15년 이상 25년 미만이 절반을 차지했다.

"가격 낮다" 버티는 대부업체…속내는 추심 먹거리 지키기
서울 시내 거리 곳곳에 붙어 있는 신용카드 대출 대부업체 광고물 모습. /사진=뉴스1

대부업체들이 협약 참여에 소극적인 배경에는 매각 가격과 향후 먹거리 문제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대부업체는 과거 채권을 평균 30% 안팎에 사들였다는 점을 들어 5%대인 새도약기금 매각 가격이 낮다고 주장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대부업체가 보유한 채권 묶음 안에는 이미 개인회생 절차에 들어가 변제 계획이 잡힌 채권부터 매입 가격이 1~2%대 수준이었던 초장기 연체채권이 섞여 있고 회수 가능성이 높은 채권은 이미 상당 부분 회수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포용금융 기조 아래 장기연체채권 시장 자체가 축소되는 점도 대부업체의 협약 참여 유인을 떨어뜨린다. 금융당국이 장기연체채권의 민간 유통을 줄이고 새도약기금으로 흡수하면서 부실채권을 매입해 장기간 회수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던 대부업체의 기존 사업 모델도 흔들린다는 계산이다. 채권을 넘기면 향후 추심, 회수 업무와 채권 재매입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부업체 입장에서는 40%, 50% 과거 매입가를 내세우는데 이미 회수한 금액이 있다는 걸 감안하면 단순히 평균 매입가만으로 가격을 주장하기는 어렵다"며 "남은 장기연체채권을 넘기면 추가 추심 수익도 줄어들고 앞으로 부실채권을 사들여 회수하는 수익원 자체가 줄어든다는 점도 협약 참여를 꺼리는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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