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5세대 실손 유감

이창명 기자
2026.06.17 05:10

[우리가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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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대 및 5세대 실손과 '선택형 할인 특약' 및 '계약전환 할인' 보험료 비교/그래픽=김지영

이제 출시 한 달이 지난 5세대 실손의료보험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싸늘하다. 보험사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6세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웃지 못할 하소연이 나온다.

실손 적자를 떠안고 있는 손해보험사 입장에선 이정도론 안된다는 것이다. 실손에서 가장 적자 규모가 큰 곳은 현대해상으로 증권가는 지난해 실손에서만 약 57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한다. 적자규모를 줄이기 위해선 손해율이 높은 1·2세대 가입자의 5세대 전환이 중요한데 이미 손보업계 내부에서도 기대가 크지 않다.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불만이다. 5세대 실손에선 도수치료나 비급여 주사제처럼 서민들이 가볍게 이용하던 비중증 비급여 항목이 보장에서 제외되거나 축소되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보험료는 이전처럼 꼬박꼬박 내는데 보장은 적어진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손보험 적자를 키워온 주범으론 소수 가입자의 '의료쇼핑'이 꼽힌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실제 치료가 필요한 환자일 수 있고, 더욱이 병원에서 소비자에게 치료가 필요하다고 권장한 것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래서 실손보험에 대해 알아볼수록 금융당국과 보건복지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금융당국은 상품 구조를 설계할 때부터 과잉 진료 유발 가능성을 세밀하게 예측하지 못했다. 근본적인 수술 대신 보장 범위를 깎아내고 가입자가 비용을 분담하는 임시방편으로 봉합하면서 5세대까지 왔다.

5세대를 통해 실손 보험료를 낮췄다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그만큼 보장이 축소돼 결국 다른 보장성 보험에 가입해 구멍난 보장을 메워야 한다. 실제로 현재 보험 설계사들은 이미 이렇게 현장 영업을 하고 있다. 결국 소비자가 내는 보험료도 줄었다고 볼 수 없는 셈이다.

가장 이해가 안되는 대목은 정부의 비급여 방관이다. 병의원마다 비급여 진료비가 수십 배씩 차이 나는데도 가격 통제나 표준화 작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손보사들도 가장 손질이 필요한 지점으로 꼽지만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 사실 실손 적자의 주범은 환자라기보다 비급여라는 규제 사각지대 속에서 과잉 진료가 이뤄진 의료체계 그 자체다. 금융당국이 보험상품을 아무리 뜯어고쳐봤자 현장에서 비급여 시장의 폭리가 방치되면 백약이 무효하다.

손보사들은 실손에서 누적된 적자를 줄이기 위해 상품을 쪼개 특약으로 판매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한다. 특약에 따라 보장범위와 지급횟수가 달라진다. 이렇게 보험상품이 복잡해질수록 소비자 피해도 커진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없는 실손보험의 세대전환은 결국 같은 실패 반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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