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1.5%로 제시한 근거가 된 경제 전제가 달라지면서 총량규제 산정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간 정부가 경기 상황에 따라 총량규제를 수정해온 데다가 올해 경제 성장 속도까지 달라진 만큼 보다 정교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계대출 총량규제는 경기와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반복적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금융당국은 2019년 연간 가계부채 증가율을 5%대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처음 제시했지만, 이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유동성 공급이 필요해지자 총량관리를 사실상 적용하지 않았다. 이후 집값 급등기에는 다시 대출 규제를 강화했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정책 기조가 수차례 바뀌었다.
이재명 정부는 올해 '2026년 가계부채 관리방안'에서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1.5%로 처음 구체화했다. 연초 예상했던 경상성장률 4.9%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가계대출 증가세를 관리하고, 89% 수준인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2030년까지 80%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반영한 수치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경상성장률 전망치는 12.3%로 상향됐다. GDP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면 같은 수준의 가계대출 증가율이라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더 빠르게 낮아질 수 있다. 금융권에서 연초 설정한 1.5%의 근거가 바뀌었기 때문에 현재 경제 상황에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최근 국민총소득(GNI) 증가를 언급하며 총량규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한 만큼 총량관리 기준을 보다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줄 수는 있지만, 1.5%라는 구체적인 목표치를 둔 게 시장의 수요를 충분히 고려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본다"라며 "특히 증시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빚을 내서 투자하는 경우는 금융권에서 대응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했다.
총량규제가 가계부채 관리의 마지노선 역할을 하는 것은 맞지만, 총량규제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경제성장률과 부동산 시장 외에도 증권시장 등 더 다양한 거시경제 요소를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다.
아울러 은행권에서는 총량규제 관리의 한계도 지적한다. 특히 총량규제가 풍선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점이다. 일례로 올해 1분기에 2금융권이 가계대출을 급격하게 늘린 뒤 금융당국의 지도를 받으면서, 2분기에는 수요가 다시 은행권으로 몰렸다.
다른 은행 고위 관계자는 "아파트에 토지거래허가제가 적용되면 풍선효과가 나타나듯 총량규제도 마찬가지로 작동한다"라며 "풍선효과에도 불구하고 2금융권으로 가면 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반론도 있지만, 최근 2금융의 특판금리를 보면 은행 수준으로 낮아서 가계부채를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GDP 성장률이 높아졌다고 해서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완화할 계획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가계부채 규모는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서 높아 관리기조를 완화하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염려가 있다"라며 "1.5%에 대해 완화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현재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