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소기업청의 예산은 역대 최대규모인 7조9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정부 부처별 간접적인 지원을 합치면 매년 수십조원의 예산을 중소·벤처기업에 투입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중소·벤처기업의 인력난은 여전하다. 기업 경쟁력의 원천인 인재를 확보하기 어려우니 중소기업의 형편이 곤궁한 상황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지적하며 한 벤처기업 대표는 정책 지원의 수혜를 누가 가장 많이 입고 있는지 되물었다. 그의 답은 이렇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기업에 각종 자금과 저리 융자를 지원하는 중소기업 육성책은 결국 중소기업 사장 도와주는 겁니다. 택시비 올려도 택시기사의 지갑이 두툼해지기보다 택시회사 사장에게 많은 몫이 돌아가는 것과 다를 게 없죠."
그는 이런 관점에서 중소기업 지원책의 초점을 기업보다 직원에게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경영진이 정부 지원을 통한 성장의 과실을 직원과 나누기 위해 월급과 복지 수준을 높이는데 적극적인지를 심사항목으로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지원을 토대로 성장했음에도 직원과 나누는데 인색한 사장이라면 일자리의 질은 나아질리 없다. 결국, 인재가 찾아오지 않으니 경쟁력은 다시 떨어지고 예산을 투입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또 이런 기업일수록 어느 순간 성장을 멈추고 '중소기업'에 머물고 싶어한다. 중소기업으로서 얻고 있는 정부 지원과 제도적 보호를 포기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기업 스스로 성장을 멈추거나 심지어 기업을 쪼개 중소기업으로 후퇴하려는 '피터팬증후군'이 나타나는 이유다.
상시근로자수·매출액 등 기업의 외형적인 규모 기준에 따라 차별적으로 지원하고 규제하는 이른바 '규모의존정책'(size-dependent policy)의 부작용이다. '갑'의 횡포 속에 기울어진 경기장이 존재하는 한 규모의존정책의 유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다만 정책 지원의 주요 목표가 일자리 증가에 있다면, 고용이나 임금증가율을 잣대로 대상 기업을 선정하거나 대표이사의 경영철학도 반영하는 등 평가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