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간다운 삶', 해법은 대화에 있다

신아름 기자
2016.01.22 06:00

연초부터 전국의 레미콘운송업자들이 단체행동에 돌입했다. 아침 8시부터 저녁 5시까지, 순수 근로시간 기준 하루 8시간 근무를 준수하는 이른바 8.5제'의 시행이다. 아침 8시부터 5시까지만 레미콘을 타설해 건설현장에 운반하고 정시 출·퇴근이 지켜지는 근무환경을 근로자들 스스로 나서 만들어나가겠다는 것이 8.5제의 핵심이다.

레미콘운송업자들이 8.5제에 나선 이유는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어서'다. 정시 출·퇴근 제도를 정착시켜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받고 싶다는 것. 건설현장 특성상 이른 아침에 출근해 밤늦게까지 일하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이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다. 이처럼 단체행동에 나섬으로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고 그동안 수퍼 '갑'으로 군림해왔던 건설사와 레미콘 제조사들에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평범한 대한민국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이들의 소망에 공감할 것이다.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이 연평균 2057시간(2015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국 중 3번째로 길다는 사실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한국의 근로자들이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8.5제의 취지와 명분은 타당해 보인다.

문제는 방법이다. 이들은 8.5제에 동참하지 않는 레미콘운송업자에게 비겁하다고 손가락질을 하며 해당 건설현장까지 쫓아가는 등 업무방해로 부를 수 있을 만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겨울철 비수기로 물량이 많지 않은 까닭에 8.5제로 인해 공사에 심각한 차질을 빚는 건설현장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같은 단체행동으로 공기 지연이나 시공품질 저하 등의 상황이 벌어진다면 건설사는 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등 법적 책임을 물을 수도 있는 일이다.

모든 문제의 답은 대화 속에 있다는 점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무작정 8.5제에 나서기 보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모든 상대편과 지속적으로 대화하면서 이번 사태의 본질적 원인인 '레미콘 저가 덤핑' 등 업계의 잘못된 관행이나 제도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국토교통부와 조달청 등 관련 정부부처의 적극적인 중재노력이 필요하다. 이해 당사자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정부의 현명한 처사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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