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뛰는 정부 위에 나는 사무장

김지산 기자
2019.03.03 17:32

[줄줄 새는 건보료]③의사명의 도용은 고전적 수법...의료생협이 활개

[편집자주] 국민건강보험 재정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추산된다. 지금의 초고령·저출산 추세대로라면 10년 내 누적 적립금 21조원이 바닥 날 거라는 경고까지 나온다. 사무장병원은 재정을 좀먹는데도 환수율은 한 자리 수에 그치고 자격 없는 교민들은 허술한 제도 틈에서 건보 혜택을 누린다. 건보재정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과 해소방안을 모색해본다.
지난해 1월 대형 화재가 발생한 경남 밀양시 가곡동 밀양세종병원. 밀양세종병원은 전형적인 사무장병원으로 부실한 의료서비스와 운영으로 참사를 막지 못했다./사진=머니투데이DB

사무장병원은 겉보기에 그럴듯한 의료기관이다. 그래서 건강보험 급여 청구과정에서 과잉진료 허점을 드러내기 전까지 좀처럼 골라내기 어렵다. 적발 사례들은 보면 사무장병원 설립과 운영 과정에서 이들의 치밀함이 잘 드러난다.

지난해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이 검거한 일당은 무려 10여년간 사무장 요양병원 6곳을 운영하며 430억원 상당 요양급여를 받아냈다. 일당은 가족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병원 운영자 A씨와 그의 부인, 남동생, 여기에 아들까지 동원됐다. A씨는 2008년 초부터 수도권에서 사무장 요양병원을 운영했다.

서울 강북에 노인전문병원 2곳을 차릴 때는 의사 3명의 명의를 빌렸다. A씨는 자신이 건물주이면서 명의를 빌려준 의사들과 허위로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해 병원 수익금을 임대료 명목으로 빼돌렸다. 명의를 빌려준 의사들에게는 월급으로 700만원씩 챙겨줬다.

A씨는 경기도 용인과 인천에도 병원을 세우고 자신의 부인과 남동생을 이사장으로 앉혔다. 병원 살림을 도맡는 경영지원과장은 20대 아들에게 맡기기도 했다.

의사, 그중에서도 고령의 의사면허를 빌려 월급을 줘가며 병원을 차리는 건 고전적 수법이다. 얼마 전부터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의료기관 개설(의료생협)을 이용한 방법이 횡행하고 있다.

부산의 B씨는 2006년 아내가 운영하던 사무장병원이 경찰 조사를 받게 되자 타인 인적사항을 도용해 조합원 300명을 허위로 구성하고 각자 출자금 3000만원을 낸 것처럼 꾸몄다.

이어 조합 발기인 명부와 창립총회 절차 등을 모두 조작해 부산시로부터 의료생협 설립 인가를 받은 뒤 요양병원을 개설해 운영해왔다. 그는 이런 식으로 11년간 요양병원 3곳을 개설하고 건강보험금 1010억원을 받아 챙겼다. B씨는 한국 국적을 포기한 자녀 2명에게 법무팀장, 원무과장 직책을 주고 매달 500만~600만원씩 월급을 주기도 했다.

복지부는 손쉬운 의료생협 설립이 사무장병원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보고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해 의료생협 설립 근거를 아예 삭제하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기관 설립을 어렵게 하고 사무장병원들의 운영 패턴을 분석해 의심 가는 곳을 골라내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