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구직 돕던 스타트업, 갑자기 배우·모델 '캐스팅' 뛰어든 사연

구인구직 돕던 스타트업, 갑자기 배우·모델 '캐스팅' 뛰어든 사연

최태범 기자
2026.05.14 16:30

[펀딩 프리뷰]구인구직 플랫폼 '베피플' 운영사 베플, 프리A 투자유치 추진

[편집자주] 미래 유니콘으로 도약하기 위해 투자유치에 나선 스타트업들을 소개합니다. 이들의 과거와 현재를 분석해 투자포인트를 짚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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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이력서 한 장으로는 알 수 없는 구직자의 성실함과 성격을 '숏폼 영상'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한 플랫폼 '베피플(Beppl)'은 소상공인들의 채용 고민을 해소해 주며 구인구직 시장에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데이터의 흐름이 감지되면서 베피플 운영사인 베플은 사업을 새로운 방향으로 확장해야 했다. 별다른 이벤트나 프로모션 없이도 배우·모델 등 엔터테이너 지망생들의 영상 프로필이 플랫폼에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확인 결과 한 캐스팅 디렉터가 카페 사장인 아내의 추천으로 베피플의 영상 프로필 시스템을 캐스팅 작업에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우연한 발견은 베플이 약 10조원 규모의 글로벌 팬덤 플랫폼 시장으로 사업을 전격 확장하는 기점이 됐다.

베플은 올해 초 엔터테이너 캐스팅 관리 플랫폼 '캐스틱'(Castik)을 공식 출시하고 현재 프리시리즈A 투자유치에 착수했다. 국내 시장의 안정적인 점유율 확보를 넘어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으로의 시스템 수출과 AI(인공지능) 기술 고도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전세계 휩쓰는 K-콘텐츠, 인재 발굴은 구식"
존-폴 리(John-Paul Lee) 베플 대표 /사진=최태범 기자
존-폴 리(John-Paul Lee) 베플 대표 /사진=최태범 기자

베플 창업자인 존-폴 리(John-Paul Lee, 한국명 이창선) 대표는 미국 뉴욕의 차(茶) 브랜드로 시작해 전세계에 진출한 '타바론 티(Tavalon Tea)'를 성공시킨 인물이다. 타바론 외에도 다양한 창업과 성공 경험을 쌓아왔고 지금은 캐스틱의 확장에 매진 중이다.

리 대표는 "K-콘텐츠가 전세계를 휩쓸고 있지만 그 이면에 있는 인재 발굴 시스템은 여전히 구시대적 방식에 머물러 있다"며 "수많은 지원자가 여전히 종이 프로필을 들고 제작사를 찾아다니고, 담당자들은 이메일을 일일이 열어보며 수작업으로 정리한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이메일 용량 부족 등으로 지원서의 약 20%가 구조적으로 누락되며, 실력 있는 인재들이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비효율이 반복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여성 지원자의 경우 '안전' 문제도 심각하다. 리 대표는 "검증되지 않은 허위 공고는 여성 지원자들을 범죄나 부적절한 아르바이트의 위험으로 내몬다"며 "법으로 바꾸지 못하는 정서와 환경을 기술과 시스템으로 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플이 출시한 캐스틱은 앞서 베피플을 통해 검증한 영상 매칭 엔진을 엔터테인먼트 특화 데이터 스키마(데이터가 어떻게 조직되는지를 정의하는 논리적 구조)로 정교화한 'AI 기반 통합 워크플로우'를 제공한다.

구체적으로 △종이 프로필과 PDF를 분석해 키·경력·이미지 등 표준 데이터로 변환하는 'OCR(광학문자인식) 기반 데이터 정규화' △최적 후보를 빠르게 추천하는 'LLM(거대언어모델) 기반 시맨틱 검색' △지원자의 강점, 역할 적합도를 분석하는 '영상 인텔리전스' 기능을 갖췄다.

리 대표는 "산더미처럼 쌓인 이력서를 데이터로 만들고 '단아한 이미지의 20대 여성'과 같은 자연어 검색만으로 수만 명의 DB(데이터베이스) 중 최적 후보를 1초 만에 추천받을 수 있다"며 "AI가 영상을 통해 지원자의 역할 적합도를 분석한 요약 리포트도 생성된다"고 했다.

캐스팅 검토 프로세스 7일 이상에서 단 1일로

캐스틱은 배우·가수·댄서·아나운서·모델·인플루언서 등을 드라마·영화·광고 제작사, 기획사의 캐스팅 매니저와 연결한다. 오디션 공고 지원, 지원서 관리, 일정 조율, 캐스팅 확정까지 캐스팅의 모든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에서 관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비대면 캐스팅에 따르는 리스크를 고려해 안전 검증에도 공을 들였다. 리 대표는 "캐스팅 디렉터 가입 시 48시간 승인 대기 과정을 거친다"며 "캐스팅 디렉터 사칭 범죄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실제 자격을 갖춘 회사인지 플랫폼이 검증한다"고 했다.

엔터테이너를 위한 기능도 포함됐다. 캐스팅 공고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팬들과 소통하고 활동을 공유할 수 있어 캐스팅 담당자는 팬 반응이나 활동 지표를 참고해 후보자를 검토할 수 있다.

캐스틱의 효용성은 실무 현장에서 증명됐다. 파트너사인 '런업컴퍼니'와 협업해 그동안 방치돼 있던 종이 프로필 8만장을 디지털화했고, 기존에는 7일 이상 소요되던 캐스팅 검토 프로세스를 단 1일로 줄였다.

또 이메일 지원서의 누락률을 0% 수준으로 해결하고 열람률은 9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마마무 소속사인 'RBW' 등 대형 기획사가 글로벌 오디션을 위해 캐스틱을 채택하기도 했다.

팬들이 무명 인재 발굴해 성장 돕는다

베플은 하반기 중 '팬덤 후원 모듈'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 기능은 이미 성공한 스타에게 선물을 주는 기존 팬덤 비즈니스에서 벗어나 무명 인재의 헤어·메이크업·스타일링(헤메스) 비용이나 교통비를 팬들이 후원하고 성장을 돕는 '발굴형 팬덤 이코노미'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리 대표는 "직접 후원하고 성장을 돕는 끈끈한 관계를 플랫폼에 구축할 것"이라며 "팬들의 지지 데이터와 캐스팅 성공 데이터를 결합해 어떤 인재가 어떤 프로젝트에 적합한지 예측하는 데이터 기반 육성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 최대 배우 노동조합인 'SAG-AFTRA'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미국 현지 오디션 공고를 플랫폼에 유입시키고, 한국 인재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글로벌 에이전시 인프라를 완성한다는 목표다.

리 대표는 "국내 엔터테이너가 해외 오디션에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K-콘텐츠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해외 엔터테이너를 국내 제작사와 연결하는 통합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며 "국내외 인재와 제작사를 연결하는 양방향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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