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사진 오른쪽)과 이재웅 쏘카 대표(왼쪽)의 설전에 대해 23일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이 대표가 할 말은 했다"는 반응이다. 상당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성장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당수 스타트업이 그 원인으로 규제를 지목하고 있어서다. 규제개혁이 늦어지면서 정부의 혁신성장 진정성마저 의심받고 있는 상황을 업계의 큰형 뻘인 이 대표의 입으로 표출됐다는 해석이다.
위치기반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한 관계자는 "소비자는 택시서비스의 문제점을 보완한 새로운 공유경제 플랫폼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며 "이런 시대적 흐름에도 기존 산업 보호를 이유로 규제개혁에 소극적인 정부에 대한 불만이 이번에 표면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로부터 우수사례로 소개된 가사·보육 관련 스타트업 관계자도 "기득권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관련 규제를 해소해야만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에 다가설 수 있다"며 "국민이 행복한 나라는 신사업 진입장벽을 쌓는 것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조율능력을 문제 삼는 이들도 있었다. 국내에서 4년 이상 공유 플랫폼 사업을 펼치고 있는 한 스타트업 대표는 "기존 산업이 신산업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출구전략'을 어떤 식으로 펼칠 것인가는 우리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문제"라며 "정부가 그 조율자 역할을 제대로 할 역량이 있는가나 정치적인 의견을 떠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구심이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공유 플랫폼 스타트업 관계자도 "사회적 갈등이 생기는 분야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부가 신산업에 맞는 진흥과 규제 기준을 재정립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을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스타트업이 새로운 문제를 양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물류·결제플랫폼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대표는 "누군가에게는 좀 더 편한 출퇴근길 정도인 문제지만 누군가에겐 생존권 문제일 수 있다"며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기업들이 만드는 제품과 서비스가 과연 사람들을 이롭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은 어려운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게 기본 취지"라며 "신산업의 효과만 따지는 것은 어려운 문제를 외면하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사업별 영향력을 고려해 사회적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스타트업계 한 관계자는 "승차공유처럼 기존 사업자에 피해가 가는 스타트업도 있지만 기존에 없던 서비스로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스타트업도 있다"며 "진입한 시장에 불이익을 받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그들과 상생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