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후 정부조직 개편을 통해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하며 소상공인·자영업자와 창업·혁신 등 벤처·스타트업을 아우르는 콘트롤타워를 출범시켰다.
국가적 역량을 투입한 벤처 육성 정책이 벤처·스타트업 생태계에 뿌리를 내리면서 김대중정부 때 벤처붐에 이은 '제2의 벤처붐'의 불을 지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연간 신규 벤처투자액은 7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직전 최대 실적이었던 2020년 4조3045억원에서 78.4% 증가한 규모이며, 2017년 2조3803억원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었다.
올해 1분기 벤처투자 규모도 이미 2조원을 넘어섰다. 종전 최대치인 지난해 1분기(1조3187억원) 보다 57.9% 증가했다. 투자건수(1402건), 건당 투자금액(14억9000만원), 피투자기업 수(688개), 기업당 투자금(30억3000만원) 등도 모두 역대 최대치다.
문재인정부 출범 당시 단 3개에 불과했던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의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8개로 6배 증가했다. 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의 예비유니콘이 357개에 달할 정도로 혁신 기업층이 두터워졌다.
국내 기술기반 창업 역시 지난해 역대 최대인 23만개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비대면의 일상화는 기술창업에 새로운 기회가 되면서 벤처·스타트업 생태계의 역동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투자 주도형 양적 성장 정책에 집중해 질적 성장에는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들이 요구하는 규제개혁은 부진했고, 전통산업과 신산업 간 갈등 조정에 실패하는 등 벤처·스타트업 생태계의 질적 성장 기반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문재인정부는 영국에서 자동차가 첫 등장했을 때 붉은 깃발을 든 기수가 앞서가며 신호하도록 규정한 '붉은 깃발 법'의 폐해를 들며 2019년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했다. 영국은 이 규제로 인해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독일과 미국에 완전히 내주고 말았다.
규제샌드박스는 새로운 기술·서비스의 시장 출시가 가능하도록 일정 조건 하에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제도다. 사업자는 기술검증·문제점 확인 등 서비스 완성도를 높일 수 있고, 정부는 이들 데이터를 통해 법·제도 개선을 진행할 수 있다.
취지는 좋았으나 제도 개선이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임시허가 비율은 지나치게 적고, 기업의 사업성을 보장받기 힘든 실증특례 위주로 운영돼 규제개선 성과가 미흡할뿐 아니라 또 다른 허들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벤처·스타트업 업계의 비판이다.
실제로 ICT(정보통신기술) 규제샌드박스 1호 기업인 뉴코애드윈드의 경우 2년여간 실증특례를 진행했음에도 규제가 풀리지 않자 결국 본사를 제3국 이전키로 했다. 해당 회사의 대표는 "규제샌드박스는 마음껏 뛰노는 모래밭이 아니라 개미지옥"이라고 토로했다.
택시업계의 거센 반대로 인해 17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도 사업을 접어야 했던 '타다(베이직)' 역시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못한 사례다. 이로 인한 가장 큰 피해는 편안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은 이용자들에게 돌아갔다.
변호사단체가 경쟁 플랫폼을 출시한 '로톡'이나 의료계와 갈등을 겪는 '강남언니' 등은 제2의 타다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이들을 이해관계 조정 방식인 '한걸음 모델'에 포함시켰으나 별다른 논의 없이 시간만 흐르는 상황이다.
국내 1800여개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은 차기 윤석열정부가 자율규제와 사후규제 강화로 규제정책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래야 예상치 못한 기술환경 변화에도 유연하고 신속하게 규제 범위와 내용을 조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성진 코스포 대표는 "사전규제보다 사후규제 역량을 높이고 네거티브 규제(법으로 금지된 것 이외 모두 허용) 위주로 규제 원칙을 재설계해야 한다. 신산업 분야에 대한 민간 자율규제를 대폭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삼권 벤처기업협회장도 "새 정부는 민간이 주도하는 시장중심의 정책을 펴겠다고 천명한 만큼 신속한 규제 혁신을 통해 혁신·벤처기업들이 '성장의 골든타임'을 놓쳐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마련해 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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