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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K-콘텐츠펀드 예산 증액을 놓고 업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민간 출자자(LP)는 물론 투자처 발굴이 어려워 미소진 투자금(드라이파우더)이 쌓이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출자규모를 무리하게 늘릴 경우 정책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채 예산만 묶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발표한 2026년 예산안에 따르면 콘텐츠 부문 예산은 1조6103억원으로 올해(1조2734억원)보다 26.5% 증가한다. 이는 내년도 문체부 전체 예산 규모가 10%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정부가 콘텐츠 부문 강화에 얼마나 공을 쏟고 있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실제 내년에 늘어나는 콘텐츠 예산 증액분의 상당비율이 K-콘텐츠펀드에 투입된다. K-콘텐츠펀드 출자규모는 2023년까지 2000억원 안팎이었으나 지난해 3400억원, 올해 3700억원으로 각각 늘었다. 내년엔 이보다 1000억원 가까이 많은 4650억원으로 증가한다.
벤처투자업계는 3400억원이 투입된 올해 1차 문화계정 정시 출자에서 민간 자금을 포함해 총 6000억원 규모 자펀드 결성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내년에는 약 8200억원 규모 자펀드 결성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예산 증액은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강조했던 '문화강국' 비전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큰 인기를 끌면서 '제2의 케데헌'과 같은 글로벌 흥행작을 발굴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풀이다.
다만 K-콘텐츠에 투자하겠다는 LP를 구하기 어렵고, 돈이 될 만한 투자처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예산만 늘릴 경우 펀드 결성부터 투자까지 전 과정에서 매칭 불균형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벤처캐피탈(VC) 관계자는 "한국에서 문화 콘텐츠 분야에 출자해 온 민간 LP 그룹은 매우 한정돼 있고 자금력도 크지 않다"며 "이미 대다수가 기존 펀드에 출자자로 참여하고 있어 새로운 펀드 결성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투자사의 자금은 묶여 있고, 자금력이 있는 대형 VC나 그룹사들은 문화 부문 투자를 꺼리는 상황"이라며 "K-콘텐츠펀드 운용 방안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예산 증액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송진호 나라살림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2024년 급증한 문화펀드 출자 예산이 아직도 다 소진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또 다시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다는 점은 재검토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VC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 시기에 자칫 관련 예산을 줄일 경우 정부가 K-콘텐츠 투자를 포기하거나 관심이 없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며 "예산은 계획대로 증액하되 모태펀드 출자 비율을 높이고, 투자기준과 대상을 확대하는 등 현실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콘텐츠펀드의 저조한 수익률로 인해 '문화투자=쪽박'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구조 개선 필요성이 제기된다. K-콘텐츠펀드는 전문 벤처캐피탈(VC)을 통해 민간에서 최적의 투자처를 발굴한다는 취지로 출범했으나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K-콘텐츠펀드를 운영하는 VC는 주로 '프로젝트 투자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는 영화나 드라마 등 개별 작품 하나하나에 직접 투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영화 A에 10억원', '드라마 B에 5억원' 식으로 작품별로 자금을 배분한다.
이러한 프로젝트 단위 투자 구조 자체가 수익률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영화·드라마 등은 흥행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다. 10편의 작품에 투자했을 때 1~2편이 흥행에 성공하더라도 나머지 작품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전체 포트폴리오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다. 문화펀드를 운용하는 한 심사역은 "흥행이 예상되는 작품에는 많은 제작비가 투입돼 수익률이 제한적이고 실패한 작품에서는 손실이 커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K-콘텐츠펀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작품 단위 프로젝트 투자보다 콘텐츠 제작사 등의 지분 확보 방식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부 VC들은 이미 프로젝트 투자와 지분 투자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투자 방식을 전환하고 있다. 한 VC 대표는 "지분 투자 확대가 장기적으로 프로젝트 투자 수익률의 한계를 상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영화 제작사나 배급사 대부분이 소규모 기업이다 보니 지분 투자 자체를 원하는 기업이 적어 프로젝트 단위 투자가 보편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액셀러레이터 대표는 "지분 투자를 하고 싶어도 기업들이 프로젝트 단위 투자를 받는 방식에 익숙하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꺼리는 분위기도 한몫한다"고 말했다.
주목적 투자 인정 범위를 확대해 콘텐츠 생태계 자체를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 VC 심사역은 "현재 콘텐츠 관련 매출 비중이 낮다는 이유로 ICT 기업이나 기술기업으로 분류되는 사례가 있다"며 "특히 해당 기업이 과거 ICT펀드나 ESG펀드 등 다른 계정에서 투자를 받은 이력이 있는 경우 문화계정 투자 대상 여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전략 강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K팝, K드라마가 세계적 성공을 거뒀지만 해외 매출 비중은 10% 수준에 불과하다"며 투자 단계부터 글로벌 진출을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최근 새로운 성장(10) 지식재산권의 산업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한국 기업이 세계적 IP 보유 순위에 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글로벌 IP 확보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제안했다.
낮은 수익률을 단기간에 개선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강경남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연구위원은 IP 사용료 수출 상위 20개국의 최근 25년 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IP 사용료 수출이 10% 늘어나면 GDP가 약 0.4%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IP 관련 투자는 단기적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인 만큼 산업 특성에 맞는 접근이 필요하다"며 "장기적 시각에서 맞춤형 금융지원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책성 출자사업을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저예산 영화 계정 등 정책적 지원 성격이 강한 출자사업은 구조적으로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성공 확률이 낮더라도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실패 위험이 큰 프로젝트로 자금이 흘러갈 수밖에 없는 구조로 출자사업을 내는 건 문제라고 본다"라며 "이런 계정은 작은 투자사가 도전장을 내고 모태펀드 출자 이력을 쌓기 위한 통로로 활용되는 경우도 많아 정책성 출자의 필요성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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