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안팎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북미 정상회담 성사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개성공단기업협회가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개성공단 재가동 등 남북 경협이 물꼬를 터야 한다고 밝혔다. 고임금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경영 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근로자 임금이 저렴하고 언어·문화적 유사성이 장점인 개성공단이 중소기업에 활력을 줄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북미 정상회담 추진 및 개성공단 재가동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이 같이 입장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개성공단기업협회 초대 회장인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을 비롯 △문창섭 삼덕통상㈜ 회장(제2대 회장) △이재철 ㈜제씨콤 대표(제9대 회장) 등 개성공단기업협회 역대 회장단 및 입주기업 20여명이 참석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2016년 개성공단 폐쇄로 인해 입주기업들이 입은 피해액은 7861억원에 달한다.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기업들은 2016년 폐쇄 당시 제대로 보상받기는커녕 공장 설비 등을 그대로 남겨두고 쫓겨나듯 철수한 바 있다. 이들 기업들은 설비를 재가동하기 위한 정비에도 상당한 비용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개성공단에는 124개 기업이 입주했으며, 그 중 76개 기업이 현재도 한국, 베트남 등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큰 어려움을 안겨준 곳이지만 개성공단은 여전히 매력적인 곳이라는 게 중소기업 업계 목소리다. 초대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을 역임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북한은 서로 대화도 통하고 인접거리에서 출퇴근도 가능한 이점이 있다"며 "10년 전 철수할 때와 경제적인 상황도 많이 달라졌고, 무엇보다 개성공단에선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 근로자들은 근면성실해 다른 국가보다 생산성도 높다"고도 덧붙였다.
실제 중기중앙회가 실시한 '남북경협 관련 중소기업 실태 조사' 결과, 개성공단 입주 경험이 있는 기업의 87.2%는 개성공단의 경제 성과를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으며 80.0%는 '개성공단 재가동 시 재입주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해당 조사에는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1일까지 시행된 이번 조사에는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55곳을 포함한 전국 제조 중소기업 200개가 참여했다.
국제 정세가 급변해 다시 폐쇄되는 일이 없도록 개성공단을 국제공단으로 발전시키자는 제안도 내놨다. 김 회장은 "개성공단이 재개된다면 국제 정세의 외풍을 막기 위해 개성공단을 미국과 중국, 일본 등 다양한 국가가 참여하는 '국제공단'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통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논의를 진행할 것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의 재가동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해줄 것 △국제사회가 한반도 안정과 평화경제 실현을 위한 한국 중소기업의 남북경협 노력을 적극 지지하고 협력해줄 것 등을 촉구했다.
한편 개성공단은 2004년부터 2016년까지 124개 기업이 32억3000만 달러 규모의 제품을 생산하고 5만4000명을 고용하는 등 남북한 경제 발전에 기여한 '대표 경협 모델'로 꼽힌다.
김 회장은 "남북경협의 가치는 직접 경험한 기업일수록 더 절실히 체감할 수 있다"며 "개성공단은 인건비 상승과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에 현실적인 돌파구"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APEC을 계기로 개성공단 재가동 등 국제사회의 남북경협을 통한 한반도 평화정착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