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답만 하는 AI 패널?…마케팅 성패는 '사람에게 얻는 데이터'에 있다"

김진현 기자
2026.05.17 11:00

[스타트UP스토리]황희영 오픈서베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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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영 오픈서베이 대표

"AI(인공지능)가 스스로 만든 데이터를 다시 학습하면 산출물의 품질이 급격히 떨어지는 '모델 붕괴' 현상이 발생합니다. 결국 실제 사람에게서 얻은 '프라이머리 데이터(Primary Data)'가 들어가 현실에 맞게 보정해 줘야만 AI 기술도 진짜 가치를 낼 수 있습니다."

황희영 오픈서베이 대표는 'AI 시대에 사람에게 얻는 데이터가 왜 중요한가'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AI가 고도화될수록 역설적으로 사람에게 직접 얻은 고유한 데이터의 가치가 더욱 커진다는 게 황 대표의 지론이다.

황 대표는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고 어떤 점을 불편해하는지 파악해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하는 일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AI 기술 고도화 덕분에 좀 더 객관적이고 직관적으로 데이터를 해석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오픈서베이는 B2B(기업 간 거래) 솔루션 기업으로 모바일, 온라인 등에서 수집한 설문 데이터를 기업이 손쉽게 직접 수집·분석·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데이터 자산' 파트너로 기업 리서치 내재화

황 대표는 2011년 아이디인큐로 출발한 오픈서베이의 '세컨더리 창업자'다. 아이디인큐는 한국신용데이터를 재창업한 김동호 대표가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황 대표는 2015년 CPO(최고제품책임자)로 합류한 뒤 김 대표와의 논의를 거쳐 2016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후 경영자인수(MBO) 방식으로 6년에 걸쳐 지분을 인수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그는 아이디인큐의 사명을 오픈서베이로 변경하고 '제2의 창업'을 주도했다. 맥킨지 출신 마케팅 전문가인 그는 구독형 B2B 데이터 플랫폼으로의 피벗을 이끌었고, 사람이 수행하던 데이터 분석과 인사이트 도출 과정을 AI 기반으로 고도화했다. 10년 이상 축적된 리서치 사례와 전문가 피드백을 학습한 AI를 통해 사용자가 목적만 입력하면 전문가 수준의 설문지를 자동 생성하는 기술도 구현했다.

오픈서베이는 기업의 '리서치 내재화'를 핵심 가치로 내세운다. 황 대표는 "연간 120건 이상 조사를 수행하는 대형 고객사들도 별도 외주 없이 플랫폼 내에서 자체적으로 조사를 설계·실행하고 결과를 빠르게 파악하고 있다"며 "리서치 내재화가 확산되면서 구독형 기반의 반복 매출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구독형 리서치 내재화는 실제 도입 기업들의 가시적인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자사 브랜드몰 '맘큐'에 솔루션을 적용해 고객 데이터 수집 횟수와 규모를 최대 5배 확대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주력 제품인 '하기스' 기저귀를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쏘카는 앱 로그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오프라인 고객 경험을 설문으로 보완하고 이를 내부 CRM과 연동했다. 이후 고객 세그먼트별 맞춤형 메시지 전략을 실행해 예약 전환율을 117% 끌어올렸리는 성과로 이어졌다.

오픈서베이 개요/그래픽=윤선정
프라이머리 데이터로 AI 한계 극복

최근 리서치 업계의 화두인 AI 기반 '가상 패널'에 대해 황 대표는 뚜렷한 한계와 명확한 활용법을 제시했다. 그는 "AI 패널을 활용하면 비용 등 측면에서 R&D(연구개발) 효율이 크게 높아지는 장점이 있다"라며 "다만 AI에 특정 페르소나를 부여해 생성한 가상 소비자의 응답은 결국 수학적 평균에 수렴하기 때문에 현실 세계의 복잡한 다양성을 과소 재현한다는 점이 한계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AI 기술이 인간에게 유해하지 않도록 안전성을 높이는 정렬(Alignment) 과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대답만 하려는 '착한 응답자 편향'을 강하게 보인다는 점이 가상 패널의 한계라는 지적이다. 황 대표는 "사람이 응답한 데이터가 들어가 보정을 해줘야만 현실과 괴리감 없는 결과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픈서베이는 가공의 페르소나를 씌운 '가상 패널'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과거 응답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하는 '합성패널'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그는 "모든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범용적인 가상 패널을 만드는 것은 현재 기술적 신뢰도 측면에서 무리가 있다"며 "오픈서베이가 축적한 데이터와 통계적 해석 역량을 결합해 왜곡이 적은 맞춤형 합성 패널을 제공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오픈서베이는 자연어 기반으로 AI 엔진이 데이터를 직접 해석해 답변을 제공하는 기능도 선보일 예정이다. 아울러 제품 고도화를 바탕으로 아시아·태평양(APAC)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진출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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