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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나무는 주당 10만원, 왕벚나무는 40만원."
같은 묘목에서 출발해 5~6년을 키웠지만 수익은 최대 4배 차이가 난다. 자동차와 부동산, 수산물, 농산물 등 대부분의 실물 거래 시장에는 공인된 가격 기준이 존재하지만, 약 3조5000억원 규모의 국내 조경수 시장은 예외다. 2020년 조달청이 수목 고시가격 제도를 폐지한 이후 객관적인 가격 기준이 사라지면서 시장은 이른바 '깜깜이 시장'이 됐다.
김현재 그린트레이더 대표는 이 구조적 비효율에서 사업 기회를 발견했다. 창업 전 건설업계에서 근무하며 준공을 위한 조경수 조달업무를 맡았던 그는 원하는 수종과 규격의 나무를 구하기 위해 전국 농가를 직접 찾아다녔다. 김 대표는 "전국 농가를 뒤져도 원하는 나무를 구하기 어려웠고, 시세가 공개되지 않아 적정가격을 판단하기도 쉽지 않았다"며 "조경수 시장에도 투명한 거래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보 비대칭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그린트레이더에 따르면 조경수 재배 농가의 73.8%는 중간상인을 통해 거래하고 있으며, 동일한 수종과 규격의 나무도 거래 경로에 따라 가격 차이가 30~50%까지 벌어진다. 조경공사 담당자는 업무시간의 60% 이상을 전화와 문자로 견적을 주고받는 데 사용한다. 김 대표는 "조경수 시세를 검색해도 믿을 만한 자료를 찾기 어렵다"며 "실거래 데이터 자체가 공개되지 않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2022년 예비창업패키지에 선정된 이후 김 대표는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구체화했다. 그린트레이더가 운영하는 '그린나우(Greennow)'는 나무를 판매하려는 농가와 조경업체·건설사를 연결하는 B2B(기업간 거래) 조경수 거래 플랫폼이다.
핵심 경쟁력은 조경수 실거래 시세 데이터다. 초기에는 김 대표가 직접 전국 농가를 방문하며 거래 가격을 수집했다. 현재까지 확보한 데이터는 약 1만5000건. 플랫폼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면 실제 거래가격이 자동으로 시세 데이터에 반영되는 구조도 구축했다.
시세 데이터는 무료로 공개해 이용자 유입을 늘리고, 전자계약 기능을 통해 거래 이력을 축적하는 구조다. 거래 기록이 쌓일수록 플랫폼을 떠나기 어려운 '락인(Lock-in)' 효과가 발생한다. 실제로 최근 6개월 기준 재거래율은 약 80%에 달한다.
수익모델은 조경수 중개와 자체 소싱 판매 두 축으로 구성된다. 거래를 연결하는 중개 서비스와 함께, 그린트레이더가 직접 조경수를 매입해 건설사와 조경업체에 공급하는 사업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그린트레이더는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목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는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수종 선정 실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조경 설계는 서울에서, 시공은 지방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지역의 기후와 토양을 고려하지 않은 수종 선정이 대규모 하자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남 김해의 한 시설 조경공사다. 설계 단계에서 자작나무가 지정됐지만 자작나무는 남부 지역의 고온다습한 기후에 취약한 수종이다. 시공사는 수종 변경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식재한 60주 가운데 40주 이상이 고사했다. 하자 보수 비용만 수억원이 발생했다. 김 대표는 "조경공사는 앞에서는 돈을 벌지만 하자가 발생하면 뒤에서 모두 까먹는 구조"라며 "나무가 죽으면 2년 이내 다시 식재해야 하기 때문에 피해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식 실패도 늘고 있다. 김 대표가 현장에서 일하던 20대 초반만 해도 고사율은 5% 안팎이었지만 최근에는 최소 20%, 많게는 30~40%까지 올라가는 사례도 나타난다. 그는 "이식 시기를 놓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며 "어떤 나무를 언제, 어디에 심어야 하는지를 경험이 아니라 데이터로 판단해야 하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그린트레이더가 구축하는 데이터의 핵심은 '출발지-도착지-거래가격'을 하나의 데이터셋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나무가 어느 지역 농가에서 채굴돼 어느 현장으로 이동했고 얼마에 거래됐는지를 축적하면, 이동 거리와 생존율의 상관관계를 분석할 수 있다.
김 대표는 "1~2년 정도 데이터가 더 축적되면 지역별 추천 수종과 계절별 최적 식재 시기를 플랫폼이 자동으로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후 데이터까지 결합하면 조경 설계 단계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의사결정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내 조경 시장의 변화에도 주목하고 있다. 과거에는 아파트 단지나 공원 등 공공조경이 시장을 주도했다면 최근에는 대형 카페와 개인 정원 등 민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5억~10억원 규모의 조경을 투자하는 상업 공간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부산의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모모스 커피'를 꼽았다. 국내 민간정원 1호로 지정된 이곳의 조경 유지관리를 현재 그린트레이더가 맡고 있다. 인스타그램 등 SNS를 중심으로 이른바 '정원 맛집'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조경 서비스 수요도 기업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B2C)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그린트레이더는 장기적으로 조경수 거래를 넘어 유지관리, 계약, 수종 컨설팅 등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조경 토털 서비스'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대표는 "나무를 사고파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조경과 관련된 모든 과정을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해결하는 것이 목표"라며 "조경수 정보의 불투명성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해외 시장으로도 충분히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