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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벤처캐피탈(VC) 디스럽티브(Disruptive)가 100억달러(약 13조3400억원) 규모의 초대형 펀드를 결성했다. 향후 2년 간 인공지능(AI)과 방산 등 첨단기술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 약 10곳에 기업당 최대 10억달러(약 1조3400억원)를 투자한다는 구상이다. 다수 기업에 자금을 분산하는 대신 소수의 성장기업에 대규모 자금을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30일 블룸버그와 포브스 등에 따르면 디스럽티브는 지난 27일(현지시간) 100억달러 규모의 첫 플래그십 펀드 결성을 완료했다. 올해 미국에서 결성된 VC 펀드 가운데 세 번째로 큰 규모이자 텍사스주 역사상 최대 규모다. 이번 펀드 결성으로 디스럽티브의 운용자산(AUM)은 기존 대비 약 두 배로 늘어났다.
"직원 30명이 13조원 굴린다" 메가펀드로 AI·방산 집중 공략
이번 펀드는 AI와 컴퓨팅 인프라, 방산·국가안보 분야의 후기 스타트업을 주요 투자 대상으로 삼는다. 기존 주주가 보유한 지분을 매입하는 구주거래보다는 기업에 신규 자금을 유입시키는 신주 투자에 집중할 계획이다.
알렉스 데이비스(Alex Davis) 디스럽티브 창업자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비상장 상태를 더 오래 유지하는 시장에서 의미 있는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소액 투자로는 부족하다"며 "소액 투자를 하려면 훨씬 초기 단계부터 투자해야 하지만 이는 우리가 선택한 사업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펀드 결성은 디스럽티브가 기존의 투자 방식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블라인드펀드 운용에 나선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회사는 그동안 개별 투자 건마다 특수목적법인(SPV)을 설립해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하는 방식을 주로 활용했다. 투자 대상 기업을 먼저 정한 뒤 해당 기업에 투자할 자금을 별도로 모으는 구조다. 반면 블라인드펀드는 투자 대상을 확정하기 전에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미리 확보하는 방식이다. 투자 기회가 생길 때마다 별도로 자금을 모집할 필요가 없어 대규모 투자에 신속하게 나설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데이비스 창업자는 기존 SPV 방식에서 최종 투자자의 신원이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는 데 불만을 가진 스타트업 경영진이 늘어난 점을 전환 배경으로 꼽았다. 그는 "세계 최고의 기업들은 사실상 자신들에게 누가 투자할지를 직접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디스럽티브는 미국 VC 산업의 중심지인 실리콘밸리나 뉴욕이 아닌 텍사스주 댈러스에 본사를 둔 투자사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2012년 석유 재벌 마빈 데이비스의 손자인 알렉스 데이비스가 설립했으며, 직원 수는 약 30명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작은 조직과 비전통적인 입지에도 불구하고 10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펀드를 결성한 것이다. 현재 주요 출자자(LP)로는 국부펀드와 대학기금, 재단 등이 있다.
디스럽티브는 팔란티어, 에어비앤비, 스포티파이 등 글로벌 기술기업에 투자하며 이름을 알렸다. 현재 투자 포트폴리오에는 AI 데이터 분석 기업 데이터브릭스, AI 반도체 스타트업 그록(Groq), 음성 AI 기업 일레븐랩스, 독일 방산 스타트업 헬싱(Helsing), 미국 방산 스타트업 쉴드AI(Shield AI) 등이 있다.
기존 투자에서도 상당한 회수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진다. 블룸버그가 입수한 출자자 대상 서한에 따르면 디스럽티브는 스타트업에 약 19억달러(약 2조5300억원)를 투자해 60억달러(약 8조원) 이상의 자금을 회수했다. 올해 여름 기준 수수료 차감 후 순내부수익률(IRR)은 94%에 이른다.
최근 대표적인 투자 회수 사례는 그록이다. 지난해 말 엔비디아가 그록과 약 200억달러 규모의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그록의 기존 주주들도 계약 대금 일부를 현금으로 분배받았다. 디스럽티브 역시 이를 통해 투자금 일부를 회수했으며, 이후 기업가치 35억달러로 평가된 그록의 신규 투자 라운드에도 참여했다.
도박인가 금융상품인가…칼시, '몸값' 55조원 돌파, IPO 기대감도 고조
미국 예측시장 플랫폼 칼시(Kalshi)가 최근 10억달러(약 1조3400억원)의 신규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400억달러(약 55조원)를 인정받았다. 불과 5개월 만에 몸값이 82% 뛰면서 경쟁사 폴리마켓과의 격차도 두 배 가까이 벌어졌다. 스포츠 경기와 선거 결과 등에 돈을 거는 예측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기업공개(IPO)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뉴욕타임스(NYT)와 테크크런치 등에 따르면 칼시는 최근 10억달러 규모의 시리즈G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 세쿼이아캐피탈과 웰링턴매니지먼트가 공동 주도했으며 모건스탠리 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앤드리슨호로위츠(a16z), 코튜매니지먼트, 베일리기퍼드 등이 참여했다.
이번 투자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지난 5월 220억달러에서 약 82% 상승한 수준이다. 지난 8월 경쟁사 폴리마켓이 인정받은 기업가치 210억달러와 비교하면 약 1.9배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이번 투자가 칼시의 상장 전 마지막 투자 라운드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타렉 만수르 칼시 공동창업자 겸 CEO는 IPO 추진 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외신에 "논의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2021년 출범한 칼시는 스포츠 경기와 선거, 경제지표 등 미래에 발생할 사건의 결과를 예측해 거래하는 플랫폼이다. 이용자들은 특정 사건의 발생 여부에 돈을 걸고 실제 결과에 따라 수익을 얻거나 손실을 본다.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성장세가 가팔라졌으며 현재 슈퍼볼 우승팀부터 다음 달 3일 미국 중간선거 결과까지 다양한 사건을 대상으로 수백억달러 규모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칼시는 이번 투자금을 바탕으로 스포츠와 선거 중심의 예측시장을 암호화폐,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군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전체 거래량의 약 80%가 스포츠 관련 거래에서 발생하지만 비스포츠 부문의 성장 속도가 더 빠른 만큼 전망도 밝기 때문이다.
만수르 CEO는 "스포츠 이외 분야 매출이 10억달러를 넘어섰다"며 "암호화폐는 스포츠보다, 원자재는 암호화폐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예측시장을 둘러싼 논란과 규제 불확실성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미국 12개 이상의 주정부는 스포츠 경기 결과를 예측해 돈을 거는 행위가 사실상 도박에 해당한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네바다주와 워싱턴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관련 거래를 금지했다.
칼시는 예측시장 상품이 금융상품의 일종인 '이벤트 계약'에 해당하는 만큼 주정부의 도박 규제가 아닌 연방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조원대 인수 제안도 거절…독자 성장 택한 美 보안 스타트업
미국 클라우드 보안 스타트업 업윈드(Upwind)가 수조원대 인수 제안을 거절하고 신규 투자 유치에서 기업가치 38억달러(약 5조원)를 인정받았다. 9개월 만에 몸값이 2.5배 이상 뛰었다.
테크크런치와 여러 외신을 종합하면 업윈드는 최근 4억달러(약 535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베세머벤처파트너스가 투자를 주도했으며 기존 투자자인 그레이록파트너스, 크래프트벤처스 등이 참여했다. 업윈드의 기업가치는 지난 1월 15억달러에서 약 153% 상승했다.
이번 투자 과정에서 미국 나스닥 상장사 데이터독(Datadog)이 업윈드 인수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독은 소프트웨어의 작동 상태와 성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테크크런치는 업윈드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데이터독이 기업가치 38억달러를 웃도는 인수 프리미엄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업윈드가 매각 대신 독자 성장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2022년 설립된 업윈드는 이스라엘 출신 연쇄창업가 아미람 샤하르(Amiram Shachar)가 창업한 기업이다. 샤하르는 앞서 클라우드 비용 관리 스타트업 스팟아이오(Spot.io)를 설립해 2020년 미국 데이터 관리 기업 넷앱(NetApp)에 4억5000만달러(약 6000억원)에 매각한 이력이 있다.
업윈드의 핵심 기술은 AI 기반 '런타임(Runtime) 보안'이다. 클라우드에서 실행 중인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사이버 공격과 보안 취약점을 탐지하고 대응하는 기술이다. 시스템이 실제 가동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협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AI 확산에 따른 사이버 보안 수요 증가에 힘입어 실적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업윈드의 연환산 반복매출(ARR)은 분기마다 2000만~3000만달러씩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 말에는 약 9000만달러(약 1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ARR는 구독형 소프트웨어 기업의 성장성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다.
현재 여러 기업이 업윈드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수년간 IPO에 성공한 사이버 보안 기업이 많지 않은 만큼 향후 다른 기업에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