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티타임', '주총 토크콘서트', '미니 IR'(기업설명회).
삼성전자주주총회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더욱 주주들에게 가깝게 다가서는 기업이 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주총 형식과 내용을 '혁신'했다. 소통의 시간이 늘다보니 통상 1시간 안에 속전속결로 마무리 됐던 삼성전자 주총은 이날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13일 오전 8시 50분 경 서울 삼성서초사옥 다목적홀. 오전 9시로 예정된 제46기 정기주주총회 시작을 앞두고 의장인 권오현 부회장과 윤부근 CE(소비자가전)부문 사장, 신종균 IM(IT·모바일)부문 사장, 이상훈 경영지원실장 사장과 사외이사진이 무대 뒤에서 줄줄이 입장했다. 이 삼성전자 이사진들은 단상으로 올라가지 않고 반대편 입구로 향했다.
입구 앞 복도에는 마치 스탠딩파티를 열듯 음료·다과들이 놓여있었다. 이곳에서 사장단은 일일이 주주들과 만나 악수를 하고 환담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갤럭시S6' 스마트폰과 '액티브워시' 세탁기 등 새 전략제품에 대한 기대감들이 나왔고 IT와 금융과의 미래상에 대한 의견들도 오갔다.
약 10여분의 티타임 후 오전 9시부터 총회가 열렸다. 단상 위의 배치도 달라진 모습이다. 이전에 의장이 앞에 나서고 사내 이사진들은 측면으로 앉았다. 하지만 의장을 중심으로 사내외 이사진들이 좌우로 나란히 앉아 주주들과 직접 마주했다. 마치 요즘 유행하는 '토크콘서트'의 편안한 분위기도 엿보였다.
이어 주총 안건 상정 전에 약 30분 동안 '미니 IR'(기업설명회)이 열렸다. 기관투자자들 뿐 아니라 일반 소액주주들도 직접 경영진과 소통할 기회가 생긴 셈이다.
권 부회장(반도체 부품)에 이어 윤 사장(TV·생활가전)과 신 사장(스마트폰), 이 사장(재무)이 순서대로 일어나 각자가 맡고 있는 사업부문의 사업보고를 하고 올해 경영 방침을 상세히 밝혔다.
권 부회장은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1위를 확고히 하겠다는 뜻을 드러내며 "사물인터넷(IoT) 신사업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사장은 "삼성 냉장고가 3년 연속 세계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며 "삼성 TV도 9년 연속 세계 1위를 지켰는데 올해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겠다고 했다. 또 신 사장은 "올해 스마트폰 라인업을 완전히 새로 바꿔 최고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각 사업 보고가 끝날 때마다 질문 시간도 가졌다. 삼성전자 주총에서 이런 기회를 가진 것은 처음이다. 주주들은 아직 낯설어서인지 질문을 하진 않았지만, 의미 있는 시도라는 평가가 나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에 크게 세가지 포인트가 달라졌는데 그만큼 주주들에게 더 다가가려고 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보다 배당을 40% 늘려 주주환원에 나선 것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안건을 통과하는 과정에서도 권 부회장이 최대한 많은 주주들의 의견을 경청하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특히 사외이사 선임 부분에서 가장 많은 얘기들이 오갔다. 일부 주주는 구체적인 사외이사 평가 기준을 공개해 달라고 강하게 요구키도 했다.
이에 권 회장은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서 당연히 내부적인 평가 기준이 있다"며 "장기적으로 회사와 주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경험과 연륜을 갖춘 분들을 선발하게 됐다"고 답해 반대편의 동의를 얻어냈다.
결국 이날 삼성전자는 여러 소통의 과정들을 거치며 재무제표 안건과 이사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을 원안대로 승인하고 주총 시작 1시간48분 만에 마무리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