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전 기업 월풀 2분기 이익 69% 감소, 미국 정부 관세가 비용 부담으로 작용

미국 정부가 자국 제조업 보호를 위해 높은 관세 장벽을 세웠지만 정작 미국을 대표하는 가전업체 월풀의 실적은 더 악화했다. 오히려 관세가 월풀에도 원자재 비용 증가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한국 기업은 관세 부담 속에서도 제품 경쟁력을 앞세워 미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8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월풀의 올해 2분기 매출은 35억17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조정 이자·법인세 차감 전 이익(Ongoing EBIT)은 6200만달러로 69.1% 급감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도 67억9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 줄었다.
월풀은 가전 시장 수요 부진을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주력인 북미 대형가전 사업은 2분기 연속 전년 대비 역성장했다. 올해 상반기 북미 대형가전 매출은 46억46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4.5% 감소했다.
당초 월풀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자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월풀은 미국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약 80%를 현지 10여개 공장에서 생산한다. 해외 생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삼성전자(231,000원 ▲500 +0.22%)와 LG전자(185,000원 ▲9,800 +5.59%) 등 경쟁사의 수입 제품에 관세가 부과되면 월풀의 가격 경쟁력이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관세는 월풀에도 비용 부담으로 돌아왔다. 완제품 대부분을 미국에서 생산하더라도 철강 등 주요 원자재와 부품 역시 관세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월풀은 지난 2분기 관세가 전분기 대비 2%포인트(P)의 마진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월풀은 가격 인상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 4월 프로모션 가격을 10% 이상 올린 데 이어 7월에는 정가도 약 4% 인상했다. 최근 10여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가격 인상이다. 가격 인상으로 수익성은 전분기보다 나아졌지만 오른 가격은 향후 수요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내 고용도 줄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월풀은 최근 1년 동안 미국 아이오와주 아마나 냉장고 공장 인력을 절반 이상 감축했다. 이 공장에는 당초 2000명에 가까운 직원이 근무했지만 지난해 7월과 올해 3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288명이 추가 감원 대상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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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에서는 월풀의 부진을 미국 보호무역 정책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로 조명하고 있다. 중국 매체 관찰자망은 최근 미국 내 생산 축소와 실적 악화를 다루며 '경쟁자의 문을 막는다고 자기 집 지붕의 구멍까지 메워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월풀이 경쟁사를 시장에서 밀어내는 데 집중하는 사이 제품과 생산 경쟁력을 강화할 기회를 놓쳤다는 분석도 내놨다.
월풀의 사례는 관세를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만으로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소비자는 가격뿐 아니라 품질과 디자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전을 선택해서다. 실제 컨슈머리포트가 올해 발표한 가전 브랜드 신뢰도 평가에서 월풀은 주방가전과 생활가전에서 각각 6위, 9위에 머무는 등 뚜렷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같은 평가에서 LG전자는 주방가전 1위, 생활가전 2위를 차지했다. 제품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은 시장 수요 전망에서도 나타난다. 월풀은 올해 북미 시장의 가전 수요가 약 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LG전자는 북미 시장의 가전 수요(냉장고, 세탁기)가 지난해보다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도 북미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오픈브랜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미국 대형가전 브랜드 선호율은 삼성전자가 34%로 가장 높았고 LG전자가 32%로 뒤를 이었다. 월풀은 27%였다. 삼성전자는 전분기보다 선호율이 1%P 높아졌지만 월풀은 1%P 낮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월풀은 아마나 공장의 인력과 생산라인 감축이 신기술과 새로운 생산 방식을 도입하기 위한 현대화 과정이라는 입장"이라며 "하지만 관세 수혜 기대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제품 경쟁력 강화에 소홀했다면 소비자의 마음을 되돌리기에는 이미 늦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