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삼성전자 주식 600억 팔았다

장시복, 임동욱 기자
2015.05.08 06:00

지난해 4분기 4만8500주 매각…여전히 개인 4대주주, 매각 이유 해석 분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9일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지식향연' 강의를 하고 있다 / 사진제공=신세계그룹

정용진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4분기 자신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면세점 사업 등을 놓고 사촌인 삼성·신세계 그룹 간 사업 경계가 점차 흐릿해지고 있는 가운데, 정 부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눈길을 끌고 있다.

7일 재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자신 명의의삼성전자보통주 29만3500주 가운데 4만8500주를 지난해 4분기 매도했다. 이번 매도 물량은 전체 보유량의 16.5%로, 지난해 4분기 평균주가(주당 122만원) 기준 총 591억2854만원 규모다.

구체적인 매도 시점은 공개되지 않지만 지난해 9월 말 29만3500주였던 정 부회장의 삼성전자 보유주식 수는 지난해 말 24만5000주로 줄었다.

정 부회장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은 2005년 2월. 삼성전자가 5000주 이상 주식을 보유한 개인·법인 주주에게 주주총회 참석 및 의결권 위임을 안내하기 위해 작성한 명부에 정 부회장의 이름이 올랐다. 그동안 정 부회장은 삼성전자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에 해당하지 않아 전면에 모습이 드러나지 않았다.

정 부회장의 삼성전자 보유주식수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2011년 반기보고서를 통해서였다. 삼성전자는 2011년 9월 기재정정 공시를 통해 "2011년 6월 말 기준 정용진 주주의 보유주식수는 29만3500주로 2010년 말 대비 변동이 없다"며 "최근 당사 특정 주주의 보유주식수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투자자 이해 제고 차원에서 참고사항으로 기재한다"고 공개했다.

정 부회장의 삼성전자 보유주식수는 2011년 이후 지난해 3분기까지 변동이 없었다.

그러나 변화의 조짐은 있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11일 부산의 한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삼성전자 지분을) 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실제로 삼성전자 주식을 팔았다.

정 부회장의 현재 삼성전자 지분율은 0.17%로 개인주주로는 외삼촌인 이건희삼성전자회장(3.38%), 외숙모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0.74%), 동갑내기 외사촌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0.57%)에 이어 네번째다. 현재 남은 주식의 평가 가치는 약3350억원(7일 종가 137만원 기준)에 달한다.

시장에선 정 부회장의 주식 매도 배경과 용처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어머니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으로부터의 지분 승계에 대비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 부회장은 사실상 경영권을 물려받았지만 2006년 이후 10년 가까이 증여를 받지 않았다. 이 회장이 보유한이마트주식 482만주와신세계주식 170만주 등이 모두 정 부회장에게 증여될 경우 증여세 액수만 약 7000억~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정 부회장이 지분 52%를 보유한광주신세계주식이 든든한 자금줄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삼성전자 보유 지분도 함께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시장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의 '매각 타이밍'에 의문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4분기는 실적 저조로 한창 삼성전자 주가가 바닥을 기고 있을 때로, 지난해 10월 13일 장중 삼성전자 주가는 52주 최저가인 주당 107만8000원까지 빠졌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시장 추이를 볼 때 정 부회장이 굳이 그 시기에 주식을 팔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이 삼성과의 관계를 의식하고 삼성전자 보유지분을 팔기 시작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그동안 삼성은 정 부회장의 삼성계열사 지분 보유에 대해 내심 불편한 기색을 보여 왔다.

신세계는 지난달 별도법인을 설립해 시내면세점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삼성 계열사인 호텔신라와 면세점 특허권을 놓고 오는 6월 정면 승부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정 부회장의 추가 매도 여부다. 지난 2월 말 본지 기자와 만난 정 부회장은 "(매도)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지분 매각에 대해 신세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의 개인적인 자산관리 차원의 일로 회사 차원에서는 알 수 있는 게 없다"고 말을 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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