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봇물터진 기업투자 결실로 이어지려면

이미영 기자
2015.08.18 15:59

발이 묶였던 수십조원대의 기업의 돈 줄이 풀리기 시작했다. 지난해까지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대기업 사내 유보금을 풀어 고용과 투자를 늘리라고 압박해도 아무 응답 없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가장 통 큰 투자 의사를 밝힌 것은 8.15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은 SK그룹 최태원 회장이다. 최 회장은 지난 17일 반도체 사업분야 신규 공장 증설에 무려 46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경제 침체가 장기화하고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 결정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투자가 경제 효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돈이 쓰일지 당사자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SK는 당초 발표한 M14 생산라인 외에 2개의 생산라인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증설 중인 M14에 추가로 필요한 돈 13조원 외에 새로운 생산라인에 각각 15조원씩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기별 영업이익이 1조원 남짓인 SK 하이닉스가 이 투자를 얼마나 빨리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SK 관계자는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묻는 질문에 "우리도 파악하기 어렵다"라는 답을 했다.

실체가 모호한 투자계획이 쏟아지자 일각에선 사실상 이번 투자 발표가 정부의 특별사면에 대한 답례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 단위의 공격적인 투자가 갑작스럽게 어떤 배경에서 시작됐는 지 납득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단순히 정부 눈치를 보다 서둘러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것이라면 투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필요'에 의한 투자가 아닌, '대가'에 의한 투자 성격이 강하면 불필요한 자원 낭비로 이어지거나, 고용 창출이라는 정부 기대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정부의 '녹색성장' 슬로건 아래 기업들이 너도나도 눈치 보며 무작정 돈을 풀었지만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했다.

최 회장은 이날 국민들에게 "내가 (사면을 통해) 이 자리에 있는 것은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을 이뤄온 선배 세대와 국가유공자, 사회적 약자 등을 위해 기여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46조원이나 되는 막대한 금액의 투자가 단순히 보상성이 아니길 바란다. 철저한 계획을 세워 적시 적소에 투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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