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재계 '빅딜' 그 이후가 중요하다

강기준 기자
2015.11.03 12:28

"외부에서는 5000만원의 위로금을 받았다지만 이는 노조와 합의된 금액이 아닌 일방적인 지급이었다."

지난해 삼성에서 한화에 인수된 한 계열사 노조원의 말이다. 그는 실제 통장에 들어온 돈은 5000만원보다 적었고, 금액 역시 노조와 협의되지 않아 불만이 많다고 했다. 결국 이 회사 노조는 지지부진한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거듭하다 파업에 들어갔다.

지난달 30일 롯데그룹이 삼성그룹 화학계열사인 삼성SDI 케미칼 사업,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을 약 3조원에 인수하는 '빅딜'이 성사됐다. 지난해 11월 삼성그룹 방산, 화학 4사가 한화그룹에 1조 9000억원가량에 인수된 후 연이은 '빅딜' 행진이다.

재계가 선택과 집중에 나서며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생존방법을 찾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빅딜' 그 이후가 중요하다. 노조의 무리한 요구와 파업 속에 인수합병(M&A)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는 M&A를 발표한 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노조의 거듭된 반발로 제대로 된 시너지를 낼 사업재편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삼성에서 한화로 넘어간 4사 중 한화종합화학은 지난달 30일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노조가 시설물을 불법점거하고 파업을 진행해 안전이 우려된다며 울산공장을 폐쇄한 것이다.

임단협을 무사히 끝마친 계열사는 한화토탈이 유일하다. 하지만 일부 노조원들은 너무 빨리 협상을 마쳤다며 얻어야 할 것을 제대로 얻지 못했다는 비판의 소리를 내기도 했다.

'삼성맨'에서 '롯데맨'이 된 3사도 노조가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 앞선 한화 사례처럼 노조가 합병 과정에서 무리한 요구를 하며 사업 재편을 불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근로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주고 합리적인 선에서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노조라면 당연히 있어야 한다.

하지만 평균 5000만원이라는 거액의 위로금이 합의된 금액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회사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은데도 임단협에서 타협 여지를 주지 않고 파업에 돌입하는 것은 이기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기업간 화려한 '빅딜' 뒤에는 자신들도 몫을 챙기겠다는 일부 노조의 '빅딜'도 숨어있었다. 그래서 '빅딜' 그 이후 어떻게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롯데로 매각되는 삼성정밀화학의 성인희 사장과 이동훈 노조위원장이 3일 울산사업장에서 노사공동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파업을 하지 않고 롯데와의 창조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한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의미가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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