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임금체계 개편안이 법제화 되어야 하는 이유

홍정표 산업1부 차장 기자
2015.11.17 15:41

[우보세]정부의 지침 마련으로 산업 현장 혼란 없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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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과 협의해 근로·임금체계를 개편하기 위해서는 관련 규정에 대한 법제화가 필요합니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마련한 노동개혁 5개 법안 관련 기업대표 간담회에 참석한 재계 관계자는 "정년이 60세로 조건 없이 연장되는 것과 관련해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를 자유롭게 하고, 호봉제도 손 볼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법으로 정해주길 바란다"며 "정부가 최소한의 지침을 마련해 줘야 산업 현장에서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사정위원회는 지난 9월 대타협을 통해 노동개혁 5대법안(근로기준법·파견법·기간제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을 마련해 여당을 통해 국회에 발의했다. 정년연장·임금피크제 도입 등의 근로개혁을 통해 근로자의 직업 안정성을 높이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 법안을 골자다.

근로자 300인 이상 대기업들은 내년 1월 1일부터 근로자 정년을 만 60세로 의무적으로 늘려야 한다. 정부는 정년 연장을 통한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근로·임금체계 개편도 서둘러 달라고 하지만, 재계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재계는 장기간의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근로개혁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청년일자리를 창출해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도 공감한다. 하지만, 정부가 개별 기업이 처한 환경과 여건이 모두 다르니, 노사가 자율적인 합의로 정부 취지에 동참해 달라는 것에는 재계는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쉽게 말해 '선수들'간에 갈등이 있는데 '심판'인 정부가 선수들끼리 알아서 해결하라는 얘기를 하니 답답할 따름이다.

이미 정년을 연장한 상황에서 근로·임금체계 개편과 관련 노조에 제시할 수 있는 대안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노조와의 협상이 지지부진할 뿐 아니라, 일부 기업 노조들은 협상 자체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개별 기업이 제시한 개편안이 노조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할 경우 산업 현장의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업종을 넘어 최대 이슈가 된 근로·임금 체계 개편안은 산업 단지 내 주변에 이웃한 기업들의 협상사례가 돼 상승효과를 만들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경제 회복에 절실한 노동개혁은 시간만 질질 끌 수밖에 없게 되고, 혼란만 가중된다. 이에 재계는 최소한의 규정이라도 법제화가 되어야 노조와 협의를 진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 사업장이 몰려 있는 울산 지역 등은 주변 기업들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 먼저 얘기를 꺼내기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면서 "관련 내용이 법제화되어야만 노사간 협의가 진척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라고 한다. 아무리 좋은 물건이나 전략이라도 때를 놓치면 무용지물이 된다. 대기업 노조들이 기업에 과도한 요구를 하고, 청년실업률이 7%가 넘는 상황에서 노동개혁은 경제발전 재도약을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개별 기업 경영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은 문제지만, 때론 최소한의 간섭이 필요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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