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이 판치는 세상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사실관계는 금방 드러나는데도 일단 거짓말부터 하고 ‘아님 말고’ 이다. 거짓말이 들통나면 관계 없는 다른 일을 끌어들여 물타기를 하거나 중요하지 않다는 식으로 얼버무린다.
정치인과 관료는 드러난 사실조차 무시하기 일쑤이며, 일반인들도 근거 없는 거짓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심지어 TV드라마도 납득할 정도를 넘어서 얼굴에 점하나 찍고 안경 하나 바꾼다고 사람을 몰라본다는 설정이다.
기초 사실관계는 일단 확정을 하고 논쟁이 오고가야 하는데 사실을 거짓말로 꾸며대니 불통(不通)이 되고 언성이 높아진다.
문제는 이런 거짓말이 금전적인 면과 연결되면 사기죄나 위증죄, 무고죄 등 범죄행위가 되기 쉬우며, 다른 선량한 사람들의 시간과 비용을 훔치게 된다는 것이다.
흔한 거짓말로 인한 범죄 중의 하나가 보험사기이다. 2015년 상반기 중 보험사기로 적발된 인원이 4만명을 넘으며 적발금액만 310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8.2%나 증가했다. 올해 처음으로 생명과 손해보험 보험사기 비중(49.7%)이 자동차보험(47.2%)을 뛰어넘어 사회의 모든 부분에서 부정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보험이 줄어든 이유는 블랙박스나 CCTV 활성화의 영향도 크다.
일명 ‘나이롱환자’의 증가는 일부 의료인과 보험사기 브로커가 연계돼 전년 동기에 비해 허위 과다입원은 34.5%, 허위 과다장해는 49.3%라는 엄청난 증가를 기록했다. 또한 피해자가 아프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 뻔히 보여도 보험사 직원은 사건을 빨리 종결하기 위해 보험합의를 권유하기도 한다. 보험회사 입장에서도 일종의 대리인 비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보험사기의 증가는 결국 보험사건수를 늘려 보험료를 올리고 선량한 보험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시키게 된다.
대포통장과 대포차로 인한 피해도 늘고 있다. 대포통장과 대포차는 남의 명의를 불법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그 자체가 범죄이며 보이스피싱이나 범죄 이동 도구로 2차 범죄의 수단이 된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0월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5년 5-8월간 대포통장 명의인이 1만2913명이나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대포통장을 근절하기 위해 지역을 달리하는 경우 신규통장 개설이 안되며 통장개설시에 용도를 증명하게 하는 등의 방법을 쓰고 있으나 이로 인해 일반 금융소비자의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 대포차의 경우에도 범죄의 수단이 될 뿐만 아니라 교통질서 문란행위도 서슴치 않기 때문에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다.
최근에는 각종 식파라치, 폰파라치 등 파파라치가 난립하고 있어 자영업자들이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다음이나 네이버 카페 등에서는 파파라치를 양성하는 모임도 있고 어느 항목을 신고하면 더 많은 보상금이 주는지에 대한 정보교환도 활발하다.
부정불량식품, 무면허의료행위, 불법학원, 불법비상구 포상금 등 중앙정부나 지자체 할 것 없이 신고 포상금제를 운영한 결과이다.
관공서 입장에서는 따로 상근직을 두지 않고 과태료로 부과된 금액을 신고자와 나눠먹기하니 ‘꿩먹고 알먹기’ 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어설픈 실업대책이라도 내놓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성과급제 계약직을 다수 고용한 꼴이다.
정의감과 공동체의식이 아니라 오로지 포상금을 목적으로 신고제가 변질되고 포상금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마트에 기한이 지난 요쿠르트를 몰래 두고 나온 후 신고하기도 하며, 미성년자임을 숨기고 술을 먹고는 스스로 신고하는 등 거짓말로 인한 범죄까지 저지르는 마당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자영업자에게 이런 범죄행위는 예상치 못한 비용과 스트레스를 주어 영업에도 큰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또한 거짓말로 소권을 남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사실관계 규명과는 상관없이 단순히 상대방을 괴롭히거나 비용지급을 늦추려고 일단 소송부터 하고 보자는 심산이다.
지난해 대법원에 접수된 형사사건 2만773건 중 약 25%정도인 5283건이 약식명령이나 즉결재판에 불복해 재판을 청구한 소액 벌금 사건이며, 민사사건 1만3000여건 중에 2000만원 미만 소액사건이 4900여건으로 40%에 이른다. 그러나 상고심에서 판결이 바뀔 정도의 사건은 드물어 소권의 남용이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대법원은 상고법원 도입을 주장하고 있으며, 의원들은 상고허가제를 신설하자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대한변호사협회는 대법관수를 늘리자고 한다. 이 주장들은 모두 상고심 소송이 급증했기 때문이며 소권남용에 그 원인이 있다.
미국에서는 손해를 받아낼 목적이 아니라 권리 행사를 방해하려는 소송을 ‘전략적 봉쇄 소송’이라 하여 각 주별로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이런 소권의 남용은 각하나 기각 등 법률적 쟁송의 종결 뿐 아니라 소권의 남용이 명백한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는 민·형사적 제재를 엄격히 해야 한다. 소권의 남용은 또 다른 범죄행위나 다름 없다.
이렇게 거짓말로 인한 범죄가 사회적으로 묵인되면 자원배분을 왜곡시키고 경제적 손실을 가져온다. 범죄행위로 인한 비용을 선량한 사람이 부담하게 됨으로써 수익자부담의 원칙은 무너지고 범죄를 색출하거나 방어하기 위한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거짓말로 인한 범죄가 늘어나는 이유를 전통적인 비용·효익 분석에서는 범죄로 얻게 되는 이익이 저지르는 수고와 벌칙에 비해 더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적절한 견제 시스템이 고장나서 작은 일에만 분노하는 졸장부를 양산하고 정작 중요한 문제는 입을 다물고 있다는 이야기다.
더 큰 문제는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은 통제를 받지 않는 오만함으로, 일반 소시민은 먹고 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거짓말을 하는 것에 무감각해지고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다.
자녀들의 행복을 위해서는 집을 옮기고 많은 사교육비를 기꺼이 감당하는 어른들이 ‘아님 말고’ 식의 거짓말과 범죄로 오히려 살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