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독일, 엇갈린 두 기업의 운명

양영권 기자
2016.01.24 05:58

[우리가보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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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헤스트바흐에 있는 KDK오토모티브에서 근로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KDK오토모티브

KDK오토모티브는 아우디, 폭스바겐, 스코다, 세아트, 오펠 등에 자동차 내장재를 납품하는 회사다. 독일에 2개, 스페인과 체코에 1개씩 있는 공장에 총 1200여명이 근무한다. 2012년 1억5000만유로(약 2000억원) 매출에 440만유로(약 60억원) 적자를 내던 회사를 갑을상사그룹이 2013년 인수했다. KDK오토모티브는 갑을상사그룹에 인수된 첫 해인 2013년 36억원, 2014년 6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지난해 역시 흑자를 냈다.

갑을상사그룹의 주력계열사로 갑을오토텍이라는 회사가 있다. 역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해 현대자동차 등에 납품한다. 위니아만도 공조사업부로 시작해 2004년 미국 자본에 넘어갔고, 2009년 다시 갑을상사그룹에 인수됐다. 경영상황은 KDK오토모티브와 정반대다. 이 회사는 현대·기아차라는 안정적인 판로 덕분에 '알짜 회사'로 알려졌다. 하지만 2013년 54억원 영업흑자에서 2014년 65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적자 규모는 더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의 운명을 갈라놓은 가장 큰 요인은 노사관계를 꼽을 수 있다. KDK오토모티브가 빠른시간에 흑자전환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원가절감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조의 협조가 필수적이었다. 경영진이 어렵게 수주한 부품의 단가를 맞추기 위해 노조는 스스로 제조 공정에서 비용을 줄일 방법이 없는지 해결책을 찾았다. 그동안 파업을 벌이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갑을오토텍은 자동차업계에선 '노사 갈등'의 상징과도 같은 회사다. 2013년 말 대법원이 이 회사의 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며 청구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판례는 이후 각종 통상임금 소송의 기준이 됐다. 통상임금 확대적용으로 늘어난 인건비는 경영을 압박할 정도라고 회사는 호소하고 있다. 판결 이후에도 파업과 폭력사태의 악순환이 끊이지 않았다. 회사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복수노조 설립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일었고, 노 측은 노조 파괴 행위라며 회사 대표를 고발하기도 했다. 노사는 지난해 임금협상을 해를 넘겨 현재까지도 타결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자동차 업체들의 열악한 노사문화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현대차만 하더라도 1987년 노조 설립 이래 4년을 빼고 매년 파업을 벌였다. 회사 측은 그간 파업에 따른 누적 매출 손실이 15조원대에 이른다고 할 정도로 '노사관계 리스크'는 심각하다. 한국GM은 GM 본사 임원들이 "높은 인건비와 노조 문제 등으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하기도 했다.

자동차 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다. '미래차'인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를 놓고 새롭게 시장에 참여하는 정보기술(IT) 업체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자유무역의 확산으로 생산 공장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졌다. 그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보다 더 확실하게 회사의 이익과 노동자의 권익을 보장하는 길은 없다. 이제 너무 식상한 말이 됐지만, 후진적인 노사 문화가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얼마나 갉아먹고 있는지 노사 모두 심각성을 깨달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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