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수입차 본사 고위 임원들의 방한 러시가 이어졌다. 특히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는 이안 칼럼 재규어 디자인총괄과 라스 다니엘손 볼보 수석부사장이 연이어 자사의 새해 플래그십(기함) 세단 출시 소식을 들고 나타나 주목받았다.
두 사람은 입을 모아 "한국은 고급차 성장성이 높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고 치켜세우며 한껏 애정을 드러냈다. 수입차, 그중에서도 럭셔리카 시장이 급성장하는 한국에서 신차로 승부수를 걸어보겠다는 의지다.
'차별화된 럭셔리'를 지향한다고 강조한 것도 닮은 꼴이다. 재규어와 볼보는 그들의 고향인 영국과 스웨덴 고유의 스타일을 한껏 부각시켰다.(현재 두 회사의 최대주주는 각각 인도 타타, 중국 지리자동차다.) 한마디로 "독일 고급차만 찾지 말고 우리 차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호소인 셈이다.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독일 고급차 쏠림 현상이 심한 건 사실이다. BMW는 7년째 수입차 시장 '만년 1위'이고, 2위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는 지난해 수입 플래그십 세단 사상 최초로 연간 판매 1만대를 돌파했다.
다른 고급 수입차 경쟁사들로서는 부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구애 발언' 만큼이나 한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어떤 차별화 노력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이들 기업에 대해서는 해외 본사에 과도한 배당을 하거나 한국 시장에 재투자나 사회공헌을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 시장에서 매년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홍보하는 볼보의 한국 내 기부금 지출 내역은 2014년까지 6년 연속 제로(0)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2012년까지 연간 300만원을 기부금으로 책정했다가 2013년부터 2억원대로 올리긴 했지만 2014년 순이익의 90%에 달하는 고액을 본사에 배당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BMW와 그 산하의 BMW미래재단은 2014년 약 40억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전달했다. "한국에서 번 돈은 한국에 투자한다"는 기조로 영종도에 드라이빙센터를 열기도 했다. 벤츠코리아의 사회공헌 기금도 출범 2년 만에 약 36억 원이 집행됐다.
"기업은 제품으로 승부한다" "곳간에서 인심 나는 법 아니냐"고 반론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경쟁자들을 밀어내고 입지를 넓혀가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은 어느 시장, 어느 제품이건 공통된 상식이다.
'럭셔리 카' 메이커에 걸맞는 사회적 품격을 보여줄 때 그 차를 타는 소비자들도 더욱 자부심을 느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