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造世界級汽车(세계적인 수준의 자동차를 만들자.)'
지난 26일 방문한 중국 베이징 북서쪽 순의구 양진지구에 위치한 베이징현대 제3공장. 이같은 문구의 플래카드가 걸린 프레스라인에서는 자동차의 문짝과 후드 등으로 쓰이는 외부 판넬이 쉴새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현대하이스코와 포스코, 신일본제철 등에서 공급받는 철판은 세척 작업을 거친 뒤 적당한 크기로 절단됐다. 이후 5400톤 무게의 '트랜스퍼 프레스' 라인으로 옮겨져 각 부위에 들어가는 모양대로 성형이 됐다. 완성된 판넬은 모델별로 지게차에 실려 적재장에 쌓였다.
판넬은 차체공장으로 옮겨져 용접이 이뤄졌다. 균일한 품질을 내기 위해 100% 자동으로 용접을 진행한다. 용접 공장에서 가동하는 로봇은 총 433대로, 모두 현대중공업에서 수입한 제품이다. 이어 도어, 트렁크, 후드, 사이드패널, 플로어 등의 내·외판이 조립되면 도장공장에서 색깔이 입혀지며, 의장공장에서 파워트레인을 비롯한 각종 모듈이 장착됐다. 이후 검사를 하고 주행테스트를 거치면 최종적으로 차는 소비자를 만날 준비가 완료된다.
◇부진 떨쳐낸 중국 현대·기아차, 100% 라인 가동= 베이징현대는 지난 3월, 전달보다 89% 증가한 10만549대를 판매하며 연초 부진을 털어냈다. 현대·기아차로는 중국내 합작 브랜드 가운데 판매량 5위로 밀렸다가 3월 들어 다시 4위로 복귀했다. 실적이 턴어라운드에 진입한 것을 증명하듯 수 km에 이르는 전체 공장 라인은 멈춰선 곳 없이 100% 가동 중이었다.
베이징현대 3공장에서는 시간당 차량 97대가 생산된다. 연간 기준으로 45만대로, 현재 베이징현대가 운영 중인 3개 공장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베이징현대가 2002년 설립된 이래 지난 1분기까지 누적 755만대를 판매하고, 올해 안에 중국 진출 합작회사로서는 최단기간에 800만대를 돌파할 것이 확실하다. 이같은 현대·기아차 중국신화의 중심에 베이징현대 3공장이 있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내 성장은 3공장에서 만드는 '랑동(아반떼MD 개조차)'이 이끌었다. 랑동은 현대차가 2012년 8월 북경3공장 가동과 함께 출시한 현지 전략형 모델이다. 출시 이후 지난 3월까지 월평균 1만9569대, 누적 86만1037대가 판매됐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중국 내 현대차 연간 판매 모델 1위를 굳건히 지켰고, 지난해 12월에는 3만5654대가 판매돼 현대·기아차 진출 이래 단일 차종으로는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다.
◇주문에서 생산까지 1주일, '재고' 없는 공장= 폭발적인 수요에 대응할 수 있었던 비결은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이다. 베이징 3공장은 95%가 주문생산이다. 매주 화요일 중국 전역의 딜러들에서 주문을 받으면, 목요일에 생산 계획을 수립하고 다음주에 차량이 만들어져 나온다. 주문에서 생산까지는 불과 1주일밖에 걸리지 않는다. 생산량과 판매량이 거의 일치하기 때문에 재고 부담이 없다.
협력사와의 유기적인 납품 구조도 생산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를테면 랑동에 장착하는 엔진은 인근 위아 공장에서 만드는데, 위아가 이를 현대모비스에 납품하면 현대모비스는 다시 변속기를 비롯한 주변 부품을 결합해 모듈을 만들고, 이를 현대차 공장에서 차체에 조립하는 식이다. 3공장은 모비스 공장과 브리지로 연결돼 있어 모듈을 공급받는데 따로 트럭이 동원될 필요가 없다.
베이징 3공장의 인건비는 한국 돈으로 생산직 1명당 평균 130만원이다. 현대차 울산 공장의 6분의 1 수준이다. 전반적인 중국 근로자 임금이 낮은 것도 있지만, 울산공장 근로자의 평균 나이가 45세 정도인 반면 이곳 근로자는 27.8세에 불과한 것이 큰 이유다.
지난해 베이징현대 3개 공장 가동률은 100%에 달했다. 3공장의 경우 하루 10시간, 2교대 근무로 하루 1700대의 자동차를 만들어 낸다. 울산 공장에서 1대의 차를 생산하는 데 30시간 정도 걸린다면 여기서는 15.8시간이면 족하다. 울산 공장에서 100대를 만들 시간에 이 곳에서는 175대를 만든다고 한다.
◇제네시스 브랜드 중국 론칭, 현지 생산 공장으로 베이징 3공장 유력= 베이징 3공장에서 현재 엘란트라 위에뚱, 엘란트라 랑동, 뉴싼타페, 미스트라 등 준중형,준형 4개 차종만 생산하고 있지만, 에쿠스(제네시스 EQ900의 전신) 등 대형 차까지 생산할 수 있는 설비도 갖춰져 있다. 현재 현대차는 쏘나타급까지 중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해 판매하며, 그랜저급 이상은 한국에서 제조해 중국으로 수출한다.
현대자동차는 내년 중국 시장에서도 제네시스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중국 현지 생산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만약 제네시스 현지 생산이 이뤄진다면 3공장이 유력해 또한번의 '현대차 신화'의 장소가 될 전망이다.
현지 공장에서 만난 김봉인 베이징현대 생산부본부장(부사장)은 "올해 중국의 자동차 시장은 2071만대 규모로 한국의 10배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대차의 성장에 중국을 빼놓을 수 없는 만큼 전략적으로 신차를 출시하고 조직과 상품 경쟁력을 강화해 현대차 중국 신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