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스마트폰 신형 모델에 반도체 부품을 납품하려면 기본 100만개에서 500만개까지 수량을 맞출 수 있는지부터 물어봅니다. 그러려면 상당한 투자비용이 들어가는데 우리 같은 중소기업들은 망설여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요즘 중국 기업들은 아직까지 40~50만개 수준의 부품을 요구합니다. 중국 반도체 산업 성장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지난달 열린 반도체 기업설명회 행사에서 만난 한 부품업체 대표의 말이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둘러싸고 위기론이 급부상 중이지만 국내 장비·부품업체들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특히 기술력은 갖췄지만 기업 규모가 크지 않아 그동안 국내 대기업으로부터 수주가 어려웠던 기업들에게 중국은 '활로'가 될 수 있다. 중국기업으로부터 수주를 발판으로 체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국가차원에서 지난 2014년 '국가집적 회로 발전 추진 요강'을, 지난해에는 '국가제조 2025' 비전 등을 발표하는 등 이미 수 십 조원대 반도체 산업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 같은 국가 비전에 발맞춰 민간 기업들의 공격적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상황이 국내 중소 장비·부품업체들에게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은 앞선 일본의 사례로도 뒷받침된다.
일본의 대기업들은 20여 년 전 반도체 주권을 한국기업으로 넘겨줬지만 기술력이 탄탄한 중견 중소기업들은 장비를 한국 대기업에 수출해 활로를 찾은 경우가 상당했다. 일부 일본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며 한국 기업을 상대로 수익을 얻고 있다.
물론 이같은 '그림'을 그리려면 국가 차원의 대응책이 필수다. 우량 부품업체들에게는 벌써부터 중국으로부터 매각 제의가 쏟아지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소업체들과 투자자들과의 교류가 지금보다 더 활발해질 필요가 있고, 지적 재산권이나 기술보호등을 포함, 실질적인 대·중소기업 협력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