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안전하지 못한 헬기를 선택해서 사고가 나면 안되지 않느냐."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8월 국산 헬기 수리온을 두고 한 말이다. 서울소방본부는 헬기 구매사업에 유례 없이 과도한 입찰 규정을 정해 사실상 이탈리아 AW(아구스타웨스트랜드)만 입찰에 응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에 시의원들의 질책이 이어지자 박원순 시장은 '안전 제일'을 내세웠다.
지난해 3월 서울 지하철 2호선 전동차 200량 교체사업을 발주할 때 서울시의 논리는 달랐다. 현장 실사도 없이 경제성 논리를 앞세워 기존 실적이 미흡한 로윈-다원시스 컨소시엄에 사업을 맡겼다. 당시 입찰 공고에서 서울메트로는 2600억원의 예산 상한액을 공고하고, 조달청은 낙찰가를 2530억원으로 예상했다. 로윈-다원시스 컨소시엄은 이보다 훨씬 낮은 2096억원의 최저가를 제시했다.
각기 다른 논리를 내세운 두 입찰의 공통점은 '외국산'이다. 국내 업체인 로윈-다원시스 컨소시엄은 가격 경쟁력을 위해 부품 상당수를 중국 협력업체 등에서 공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는 입찰 공고에서 '국산 부품을 30% 이상 쓸 것'만 명시했다. 이에 국내 전동차제작 협력업체들이 서울시에 강력히 항의하기도 했다.
서울시가 도입할 것이 유력한 AW 헬기는 국산 헬기에 비해 1대당 90억원 가량 비싸다. 구매시 소방본부 소속 조종사 10명, 정비사 6명이 수개월간 이탈리아 현지에서 연수를 받는다. 출장비는 서울시 예산에서 충당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이 국산 헬기가 안전하지 않다는 이유로 도입을 거부하는데, 그렇다면 이미 수리온을 운용중인 군대나 도입을 결정한 제주소방본부는 목숨 내놓은 사람들이냐"며 "서울시가 AW 단독 입찰 결론을 정해놓고 경솔한 시장 발언으로 국산 헬기 조종사와 그 가족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고 토로했다.
서울메트로 임원 출신 인사가 로윈 자문위원으로 이름을 올려놓은 걸 두고 '메피아'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다. 실제로 경찰이 최근 서울메트로와 다원시스를 압수수색 했다. AW의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 도입과 관련해서는 로비자금을 받은 군 관계자들이 줄줄이 구속됐었다.
조달청의 국내산 우선 조달 권고도 무시하고, 입찰 때마다 다른 논리를 내놓는 서울시를 시민들은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