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더블스타와 금호타이어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인 KDB산업은행이 ‘상표권 문제’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대표로 있는 금호타이어에 상표권 협상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공문을 보낼 정도다.
산은은 스스로 ‘금호타이어’ 상표 사용이 매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인정하면서 적극 대응해달라고 요청했다. 일부에서는 향후 20년간 상표사용료를 한 푼도 올릴 수 없는 조건을 산은이 내건 것 자체가 불공정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지난 25일 금호타이어에 '금호타이어 M&A(인수·합병) 추진과 관련 요청 사항'이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는 더블스타와 산은간 매각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것과 주식매매계약(SPA) 종결을 위해 금호타이어가 협조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산은은 상표권과 관련, 금호산업과 원만한 합의가 도출될 수 있도록 적극 대응해달라고 했다. 산은은 "안정적 상표 사용이 계속기업 유지와 매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사실상 상표권으로 인해 매각이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향후 5개월 내에 상표권 문제 등을 포함, 협상을 끝내지 않으면 매각은 자동 무산된다. 공문 수신인에는 우선매수권자이자 상표권을 보유한 금호산업 대표이사 박삼구 회장도 있었다.
산은은 더블스타와 '5+15년'의 상표권 허용 관련 부분을 선행조건으로 남겼다. 조건은 △현재보다 높지 않은 요율(매출의 0.2%)로 상표사용료 보장 △상표권 사용기간 5년을 보장하고 추가 15년은 선택 사용 가능 △전세계적으로 독점·배타적 상표권 사용 보장 등이다.
더블스타가 원하면 총 20년을 사용할 수 있지만 해지를 원할 경우에는 언제든지 해지가 가능한 조건이다. 여기에 상표권 소유자는 더블스타가 이용하는 기간 동안 사용료를 한 푼도 올릴 수 없다.
이같은 부분은 산은과 금호산업이 전혀 합의하지 않은 상황이다. 금호산업은 지난해 9월 공문을 통해 △5년간 △비독점적으로 △사용료 등 주요 조건에 대한 합리적 수준의 합의가 이뤄지는 것을 전제로 허여할 의사가 있음을 전달했을 뿐이다.
이를 떠나서 20년간 상표권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당할 수 있고 사용료 조정도 할 수 없다는 조건 자체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표권은 금호산업의 고유 재산이다. 금호산업은 5년 전 계열사를 상대로도 상표사용료를 올린 적이 있다.
상표권은 단순히 수익적 측면뿐만 아니라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의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예컨대 '금호'라는 이름을 가진 기업이 사고를 낼 경우 함께 브랜드를 사용하는 다른 기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산은의 조건대로 상표권을 허용할 경우 선관주의의무(선량한 관리자로서 주의 의무) 위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표권 사용과 차입금 연장, 방산 분리 등 해결되지 않은 조건 등을 남긴 채 산은이 높은 매각가를 위해 너무 서둘렀다"며 "그 결과 더블스타에만 유리하고 기존 금호산업 등은 전혀 배려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