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전 '왕회장'의 중전기 구상…스마트 더해 세계시장으로

오동희 부국장겸산업1부장, 안정준 기자
2017.09.18 05:41

[머투초대석]주영걸 현대일렉트릭 대표 "에너지 솔루션 '인티그릭'으로 2021년 5조 매출 넘는다"

주영걸 현대일렉트릭 대표이사/사진=홍봉진 기자

1985년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지시로 스물여덟 주영걸이 독일 지멘스로 향했다. 대학을 막 졸업한 신입 사원이었지만 선배들과 함께 전력망 구성의 뼈대가 되는 전기·배전기술을 배워오라는 특임을 받았다. 1977년 현대중공업 내에 중전기사업부를 발족하고 세계시장을 겨냥한 '왕회장'의 구상에 따른 것이었다.

중전기사업부는 세계시장에서 연간 2조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현대중공업의 알짜 사업으로 거듭났다. 올해는 독립법인으로 '홀로서기'에 성공했고 독일에서 기술을 배워온 막내 사원 주영걸은 이제 독립법인을 책임지는 수장이 됐다.

'현대일렉트릭'이라는 사명으로 거듭난 이 회사의 주 대표이사를 지난 15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 사무소에서 만났다. 주 대표는 "이제 중전기 사업은 정보통신기술(ICT)의 옷을 입고 세계적인 수준의 도약을 준비한다"고 말했다. 전력 관련 제품에 자체 개발한 에너지 제어 솔루션을 적용해 부가가치를 높일 전략이다. 30여 년 전 기술을 배웠던 지멘스와 세계시장에서 겨루겠다는 각오다.

현대일렉트릭은 오는 11월 유상증자를 통해 약 2700억원을 조달하고 이를 토대로 글로벌 성장을 준비할 계획이다. 유럽 연구소와 법인, 연구개발(R&D), 국내 스마트공장 구축 등에 자금을 투입해 단순 제조업에서 솔루션 제공 회사로 거듭나려 한다. 마침 국내외 전력시장 구조도 생산 확대에서 효율적 사용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2021년 예상 매출을 지금보다 2배 반 늘어난 5조원 이상으로 잡았다.

-현대중공업에서 사업 분할된 지 반년 됐다. 지난 반년을 평가한다면….

▶현대중공업 테두리 안에서 그동안 성장을 많이 했다. 현재 회사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85%다. 현대중공업 사업부 시절 특히 해외시장 개척을 많이 했다. 1980년 중화학투자조정으로 무조건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해외시장을 개척해 둔 것이 현재 자양분이 됐다. 40년 가량이 지난 현재 해외 인지도가 매우 높아졌다.

국내 동종업계의 해외진출의 선도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고 이 부분이 자랑스럽다. 하지만, 사업 전문성을 더해 더 큰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사업 분할이 필요했다. 현대중공업 울타리 안에 조선, 해양, 엔진, 건설장비, 로봇 사업이 전부 다 들어가 있었다. 사업분야와 시장, 고객이 전부 달랐다. 축구장 안에 야구, 배구, 농구선수들이 축구 규칙으로 경기를 한 상황을 이젠 벗어난 것이다.

-분할 후 사업은 어떻게 키울 계획인가.

▶ICT를 접목한 에너지 솔루션 관련 신사업이 미래 먹거리다. 글로벌 에너지 사업은 대량 생산에서 효율적 소비로 패러다임이 바뀐다. 새 정부의 새로운 에너지 정책도 우리에게는 좋은 사업 기회다. 지난 3월 에너지 솔루션 브랜드 '인티그릭'을 출시했다.

에너지를 생산하고, 보내고, 사용하고, 관련 설비를 운용하는 에너지 운용 전체 과정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솔루션이다.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도 인티그릭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다. 유휴 전력을 ESS에 저장해 두고 인티그릭을 통해 가장 효율적 사용 시점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인티그릭을 전기, 배전기기, 회전기 등 우리가 판매하는 모든 제품에 적용하고 발전소, 공장, 빌딩, 심지어 선박에도 제공해 부가가치를 올리려 한다.

-인티그릭 솔루션이 조금 생소한 개념이다. 적용 사례가 있나.

▶이미 선박에 적용됐다. 배의 운항에는 기상과 조류 해류 등이 영향을 준다. 그런 데이터들을 받아서 가장 효율적인 운항 경로를 분석하고 연료 소모를 줄인다. 현대중공업 선박에 탑재해 검증을 마쳤고 하반기부터 수주된 배에는 모두 탑재된다.

지난 7월에는 고려아연으로부터 ESS를 수주했다. 150MWh 규모로 산업용 세계 최대 ESS다. 심야에 값싼 전력을 ESS에 저장해 뒀다가 피크 시간대에 공급한다. 공장에도 적용이 된다. 이른바 스마트팩토리다. 곧 울산에 우리가 변압기 공장을 증설할 예정인데, 여기에 ICT를 기반으로 한 인티그릭이 적용된다.

설비에 센서들을 부착해 실시간 상태를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최적의 운용 환경을 예측하는 공장이다. 자산가치를 높일 수 있는 셈이다. 공장관리 솔루션은 별도의 브랜드화해 판매할 수도 있다.

-인티그릭을 통한 매출 목표는 어떤가.

▶2021년 인티그릭만 매출 5000억원이 목표다. 올해 500억원이 수주 목표였는데 상반기에만 300억원 했고 7월 고려아연으로부터의 수주가 500억원이었다. 연말에는 2000억원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준 회사 전체 매출이 2조원 가량이었는데, 인티그릭 등 에너지 신사업을 발판으로 2021년까지 이를 5조원으로 키울 계획이다. 울산에 증설하는 변압기 스마트팩토리는 ICT 기술 접목을 통한 생산 효율화와 생산량 확대 등을 바탕으로 연간 20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릴 것이다.

-전통 제조업에서 에너지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R&D 투자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은데 계획은.

▶그렇다. 매출 대비 R&D 비중이 2% 수준이었는데 올해 이를 3.6%로 올릴 것이다. 2021년 5% 이상으로 한층 더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특히 연구개발 관련 인력도 크게 늘릴 것이다. 인티그릭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처리하는 정보분석 인력이 중요한데 현재 30여명 수준이다. 이 역시 늘려갈 예정이다. 이 같은 투자 재원은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하게 될 2700억원이다. 특히 스위스에 전력기기 부문 연구소도 세울 예정이다. 이미 헝가리 부다페스트와 중국 상하이에도 연구소가 있다.

-미래성장동력 확보는 물론, 기존 중전기 사업의 경쟁력도 높이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할 것 같은데 계획은 어떤가.

▶인티그릭을 통한 고가 시장 공략도 중요하지만 중저가 시장도 포기할 수 없다. 저가 시장을 장악한 중국이 중가 시장으로 도약하려 하고, 프리미엄 제품을 공급하던 지멘스 등 글로벌 플레이어들 역시 중가 시장으로의 확대 전략을 쓴다. 따라서 전기·배전·회전 기기 등 기존 제품의 판로 확대도 중요하다.

우선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으로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불가리아법인을 인수할 것이다. 불가리아법인에서는 변압기의 주요 부품인 탭체인저를 생산할 것이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최근 성장세인 저가시장이 불가리아에서 가까운데 불가리아 법인을 잘 활용하면 매출을 키울 수 있다. 증자 자금으로 수도권에 중저압차단기 공장도 건설할 계획인데, 지난해 1600억원 수준이었던 중저압차단기 제품 매출 규모를 2021년까지 5000억으로 키울 것이다.

-성장성은 높아 보이는데, 기업분할과 상장 후 주가 흐름은 썩 좋지 못한 것 같은데, 향후 전망은.

▶유상증자를 발표하고 권리락(특정일 이후 새 주주에 증자받을 권리가 없어지는 것)으로 주가가 좀 떨어진 것 같다. 분할 전 차입금에 대한 상법상 연대보증의무에 대한 우려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차입금이 상환·차환될 경우 이 의무는 해소되는데 올해 말 연대보증의무 차입금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고 2020년이면 완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또 연대보증의무는 그야말로 분할회사 중 하나가 채무불이행 상태가 돼야 발생하는데, 현재 재무구조로 볼 때 2020년까지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