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상범 부회장의 1년전 당부를 떠올리며…

김성은 기자
2017.11.01 15:26

"철강, 조선 등 국내 어려운 산업이 많습니다. 산업부 기자로서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우리 산업 전반에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지난해 7월, 파주 사업장에서 진행된 LG디스플레이 하계 기자 간담회 종료 후 한상범 대표이사 부회장이 한 이 말이 유난히 머리 속에 남았다. 그는 기자단이 타고 서울로 돌아갈 버스에 올라 이 말을 한 뒤 정중히 배웅 인사를 하고 차에서 내렸다.

CEO의 최우선 목적은 자사의 이윤 추구일 터다. 그런데 자사만도 아닌, 디스플레이 업계도 아닌, 산업 전반에 대한 관심 당부라니. 생소했다.

돌이켜보면 한 부회장은 유난히 '큰 그림'에서 국내 산업의 동반 성장을 강조했다. 국내 경쟁사와 경쟁이 치열할 때도 "마케팅이나 기술 포인트는 다를 수 있다"며 "확전을 자제하고 대승적 차원에서 기사를 써달라"고 당부했었다.

현재는 디스플레이협회장을 맡고 있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 개발 관련 협력사에 다양한 지원을 제공, '상생 생태계 강화'를 강조 중이다. 그의 행보 곳곳에서는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격언이 떠올랐다.

한 부회장이 올해 7월, 향후 10년간의 LG디스플레이 발전을 고민한 결과 내린 결론은 2020년까지 20조원에 달하는 OLED 투자였다.

대규모 투자의 첫 단추는 중국 광저우에 지어질 대형 OLED 공장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난관이 있었다. 갑작스러운 산업통상자원부 내 소위원회 신설로 투자 승인이 지연되는 결과가 초래됐다. 중국이 2020년에는 현행 5%인 관세를 20%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어서 적기 투자가 중요한 때였다.

공장 투자 건에는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계 전반의 명운도 달려 있다. LG디스플레이 OLED 생산라인 장비의 70%는 국산인데 중국에 공장 건설시 국내 장비업체들의 매출이 3조원 정도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정부에 항상 '을'로만 여겨져 말 한마디 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게 기업인데 한 부회장이 그동안 크고 작은 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소신을 말해 왔던 것은 이것이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전반에 끼칠 영향을 절감했기 때문일 터다.

'기술유출 우려'라는 소위원회 명분이 애초 학계에서조차 '탁상공론'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현실과 동떨어졌단 지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부는 향후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필요시 배터리, 반도체에까지 소위원회를 두겠다는 뜻을 비쳤다. 자칫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까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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