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반도체 홍위병' CXMT 쇼크④ 백서인 한양대 글로벌문화통상학부 교수 인터뷰

"중국 메모리 반도체(이하 메모리) 기술 추격 속도를 우리의 기존 상식대로 평가해서는 안됩니다. 중국은 1년을 사실상 2~3년처럼 활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백서인 한양대 글로벌문화통상학부 교수(사진)는 4일 머니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 메모리 산업의 기술 수준 자체보다 '추격 속도'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지원 정책, 내수시장, 연구 생태계가 맞물리며 기술 축적을 가속하고 있다는게 그의 분석이다. 백 교수는 중국 칭화대에서 정밀기계공학을 전공하고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과학기술외교안보연구단장을 역임한 과학기술·산업정책 전문가로 꼽힌다.
백 교수는 특히 중국 중앙정부의 산업정책은 '수요 창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가 자국산 반도체 도입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초기 수율이 낮은 제품도 공공 부문이 흡수하며 시장을 만들어주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중국 기업들도 성능만 놓고 보면 국산 칩을 선호하지 않는다"며 "정부가 수요를 만들어주고 비용을 보전해주기 때문에 기업들은 기술을 축적할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수요 정책과 함께 세제·금융·연구개발(R&D)·인재 육성 등을 아우르는 산업 지원도 병행했다. 중국 국무원이 2020년 발표한 '집적회로·소프트웨어 산업을 위한 고품질 발전 정책'이 대표적이다. 재정과 세무, 금융투자, R&D, 수출입, 인재, 지적재산권, 시장활용, 국제협력 등 8개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 지원책을 담았다. 28나노(nm·10억분의 1미터) 이하 공정을 적용하는 칩 생산기업에는 최대 10년간 법인세 면제 혜택도 부여했다. 여기에 이른바 '빅펀드'로 불리는 투자기금을 통해 대규모 장기 자금을 공급했다. 백 교수는 "단순히 보조금만 지원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자국산 칩을 마련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서 중국 반도체 산업의 체질이 개선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추격 속도를 고려하면 한국도 산업 정책의 방향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치 논리를 배제하고 기업들이 투자와 R&D를 이어갈 환경을 조성하는게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한국에서는 팹(공장) 입지 논쟁에도 정치적 이해관계가 반영되는 모습"이라고 전제한 뒤 "한국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삼성전자(240,000원 ▲500 +0.21%)와 SK하이닉스(1,577,000원 ▲10,000 +0.64%) 같은 플레이어들이 있다"며 "기업들이 시간과 비용을 단축시킬 수 있는 지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은 세제 혜택을 넘어 기업의 투자 비용 자체를 낮추는 지원책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장비 구매 비용을 현금 지원하고 첨단 공정일수록 지원 규모를 확대한다. 지방정부도 연구인력 지원과 주거·전기·용수 등을 제공한다. 백 교수는 "한 마디로 기업의 비용 부담은 낮추고 인센티브는 직접적으로 올려주는 방식"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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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국의 약점도 분명하다고 했다.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등 핵심 분야는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 영향으로 단기간 내 격차를 좁히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백 교수는 최근 중국의 DUV(심자외선) 노광장비 개발 성과에 대해서도 "EUV는 수백개 기업이 참여하는 글로벌 공급망과 수십 년간 축적된 요소기술이 필요한 분야"라며 "격차를 좁히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해외 시장 경쟁력 확보도 중국 메모리 기업의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한국 메모리 기업을) 역전하지 않더라도 중국의 시장 점유율은 점차 확대될 것"이라며 "다만 중국 밖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가져갈 수 있느냐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중국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나 평가가 부족해 '지피지기'가 여전히 안된다"며 "제대로 된 판단에 기반해 정부 정책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