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업계가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일본 방문에서도 일본 자동차 업계에 대해 "미국에 수출하기보다는 미국 땅에 공장을 지어라"며 기선 제압에 나선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일본 완성차 업체 최고위 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 기업이라면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하기보다 미국에서 직접 제조하기 위해 노력하라(Try building your cars in the United States)"며 "무례한 요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토요타와 마즈다에 대해서는 "미국에 새 공장을 짓고 기존 공장 확대에 나서줘서 감사하다"고도 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줄곧 한미간 '자동차 산업 교역 불균형' 관련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온데다, 한국과 미국이 지난달 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 사실상 합의하면서 이미 '긴장감'이 높아진 상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자동차 관련 발언을 많이 했는데 실제 이에 따른 행동은 없었다"면서도 "이번 방한 기간 중 그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최근 수년간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데도 압박에 나선 만큼, 우리 자동차 업계도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FTA 체결 이전으로 교역 조건이 돌아가는 것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미국은 FTA에 따라 한국 자동차 관세(2.5%)를 2012년 협정 발효 후 2015년까지 4년간 유지하다가 2016년 폐지했다. 현재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자동차는 무관세다. 일본·유럽산 자동차(2.5% 관세율)보다 관세 측면에서 이점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FTA 개정협상 과정에서 관세가 부활하면, 그만큼 미국 수출용 한국차의 가격경쟁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우리 자동차 업체 입장에서는 원가 계산을 새로 해야 하고, 수익성이 떨어질 것에 대한 우려도 생기는 셈이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지난 3분기 미국 시장 판매 실적(7만5000대)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 26.5% 감소하는 등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대·기아차의 전체 수출 가운데 미국 시장의 비중은 '3분의 1'(2017년 상반기 승용차 기준) 가량이다.
양국 관세가 부활하면 미국도 불리해진다.
한국은 미국 자동차에 대한 수입 관세(발효 전 8%)를 2012년 발효 즉시 절반(4%)으로 낮춘 뒤 2016년 완전히 없앴다.
관세 철폐 효과에 힘입어 협정 발효(2012년) 후 지난해까지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수입량은 2만8361대에서 4.4배인 6만99대로 급증했다. 수입금액 역시 7억1700만달러에서 4.6배인 17억3900만달러로 치솟았다.
이 기간 미국차 수입 증가율(339.7%)은 전체 수입차 증가율(158.8%)의 두 배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한국 시장에 들어온 수입차가 전년보다 8.3% 줄었음에도 미국 차는 22.4%나 늘어나기도 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한국은 시장 크기 자체가 달라 단순 비교가 어렵다"며 "현대·기아차가 지금 미국 시장에서 판매량과 점유율 하락을 겪고 있다는 점, 현대·기아차가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 시장에 판매하는 것처럼 한국GM도 한국 공장에서 생산해 한국 시장에 파는 물량이 있다는 점 등을 부각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