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3 영리더 트로이카…'금수저' 색안경 벗겨내다

안정준 기자
2019.01.02 06:00

[영리더십/재계 영리더십] 김동관, 정기선, 장선익 30대 3인방 신사업 리더십 화학·조선·철강 미래

1982년과 1983년에 태어난 30대 재계 3세 트로이카. 이들은 군복무를 정상적으로 마치고, 해외에서 공부하고,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일군 회사에서 바로 일하지 않고, 외국계 기업에 들어가 일을 배운 공통적인 경험들을 갖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 전무,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장선익 동국제강 이사/임종철 디자인 기자

10대엔 사립 기숙학교, 20대엔 해외 명문대, 30대엔 컨설팅 기업. 재벌 3~4세는 금수저로 불리지만 이런 인생이 그저 혜택인 것만은 아니다. 가보지 못한 이들은 선택받은 길이라 쉽게 손가락질해도 본인에겐 끝없이 이어지는 경쟁이다.

어쩌면 지긋지긋한 삶의 굴레라는 얘기다. 최근 은퇴를 선언한 이웅열 코오롱 회장은 "금수저 물고 있느라 이가 다 나갔다"고 했다.

더구나 이들은 주어진 트랙에서 삐끗하는 순간 '철부지 재벌 왕자님'으로 낙인찍힌다. 국내에선 지켜보는 눈이 많아 어디 한 곳 마음 편히 갈 수 있는 곳도 마땅찮다.

성공한 경영자인 아버지에 내내 눌리는 터라 일반인이 극복해야 하는 이른바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의 몇 배 부담을 안고 산다고 한다. 그래서 적잖은 수가 이 부담감 때문에 오히려 망가진 인생을 살기도 한다.

◇장교로 현역 군복무…외국계 기업 근무 경험

하지만 이런 압박 속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는 이들도 있다. 재계에선 일단 82.83 트로이카를 주목한다.

선두엔 김동관 한화그룹 전무(1983년생)가 있다. 미국 세인트폴스쿨과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맥킨지에서 경영수업을 하던 중에 2010년 초 차장급으로 회사에 합류했다. 공군 통역장교로 군 복무를 마친 직후다.

당시엔 2~3년 직급 경험을 쌓은 뒤 하버드 MBA에 진학할 계획이었지만 한화가 솔라원을 인수해 태양광 사업에 집중하면서 실전 경영에 주력하기로 했다.

김 전무의 리더십은 다양한 프로젝트 노하우와 감각을 그룹사에 적용해 그룹의 위상을 바꿔 놓은 데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에 관한 확실한 비전을 토대로 태양광 사업을 반석 위에 올려놨다는 평을 얻는다.

실제로 김 전무는 태양광 사업이 중국의 대량생산으로 위기를 겪기 시작한 2013년부터 5년간 현장을 누비며 각종 M&A와 글로벌 협업으로 어려움을 극복해냈다.

여기에 2014년 전격적으로 결정한 삼성테크윈, 석유화학, 토탈, 탈레스 등 4개사 인수는 '신의 한수'로 평가받는다. 김동관 전무가 소속됐던 경영전략실이 실무를 검토하고 김승연 회장의 재가와 경영진의 승인을 얻어 빅딜이 이뤄졌다. 양사간 제안이 오간 지 100일만에 2조원 규모의 딜이 성사됐다. 한화가 인수한 4개사는 이후 세배 이상의 가치가 됐고 그룹의 위상은 재계 8위권으로 도약했다.

◇특공연대 장교에 보스턴컨설팅 근무 경력 이채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1982년생)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중공업 대리로 입사했다. 이후 스탠퍼드대학교 경영학석사 과정을 수료하고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근무한 뒤 다시 현대중공업 부장으로 재입사했다.

정 부사장의 리더십은 '소통'과 '근면'으로 요약된다. 정 부사장은 국내 한 종합일간지에서 기자생활을 한 독특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으라는 아버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권유였다.

ROTC) 43기로 임관해 2007년 육군 특공연대(파주 701·흑표범부대)에서 군 생활을 마쳤다. 아버지의 ROTC 30기 후배인 셈이다.

학생군사교육단(ROTC 43기) 장교 출신으로 2007년 육군 특공연대(파주 701·흑표범부대)에서 군생활을 마친 그는 어깨가 반듯한데 늘 고개를 15도쯤 앞으로 기울이는 자세는 후천적이다. 상대의 말을 듣겠다는 계속된 노력을 짐작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 부사장 자리에 오르고 계열사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자리에도 오른 그의 일정은 글로벌 조선 박람회 참석과 해외 선주 미팅으로 빼곡하다. 세계 가스산업 박람회인 '가스텍'도 빠짐없이 챙기는 그는 올해도 스페인 바르셀로나 '가스텍 2018'에 참석했다. 이 행사 참석 후에는 곧바로 선주와 수주 관련 협상에 나섰다.

조선산업이 보릿고개를 넘는 가운데 현업에 투입된 그는 "유업(遺業)을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무장했다. 쌍꺼풀 없이 처진 눈매와 180cm가 넘는 껑충한 키는 아산(蛾山,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과 가장 닮았다. 소통과 근면의 리더십은 아산의 유산이기도 하다.

◇일본 명문 사립명문대 거쳐 외국계 컨설팅 회계 근무 경력

장선익 동국제강 이사(1982년생)는 일본 최고 사립명문대 히토츠바시대에서 경영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육군 병장으로 전역한 장 이사 역시 중국의 도전으로 철강산업의 위기가 시작된 가운데 경영에 참여했다.

아버지 장세주 회장이 부재한 가운데 작은아버지 장세욱 부회장으로부터 '사관학교식'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육사 졸업 후 10여 년간 군인으로 복무한 장 부회장은 형인 장세주 회장을 대신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 경영전략팀장을 맡은 장 이사는 신성장동력 발굴을 맡는다. 그는 앞서 경영전략팀 산하 비전팀장을 맡았는데 비전팀 역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부서였다. 비전팀에서 장 이사와 손발을 맞춘 팀원 대부분도 지난해 장 이사와 함께 전략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30대 '트로이카'는 사적으로도 막역한 사이로 전해진다. 특히 연세대 동문인 정 부사장과 장 이사는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앞으로 세 명이 책임질 화학·에너지, 조선, 철강 산업은 상호 연계성이 높기도 하다.

철과 화학제품으로 선박이 건조되고 선박은 철과 화학제품을 실어나른다. 세 명은 각자 맡은 사업에 대한 비전과 전략도 공유한다. 세 명 모두 아직 '싱글(미혼)'이다.

이들 30대 트로이카보다는 조금 앞선 세대지만 40대 듀오도 눈에 띈다. 40대 듀오 영리더는 사실상 그룹을 이끄는 자리에 올랐다는 점에서 이들 트로이카와 차이가 있다.

정의선 현대기아차그룹 부회장은 지난해 9월 그룹 경영 업무 전반을 총괄하는 수석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구광모 LG 회장은 지난해 6월 그룹 회장에 취임하며 4세 경영을 시작한 상태다.

40대 듀오 역시 폭넓은 해외 경험이 아버지 세대는 갖지 못했던 경쟁력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은 정 수석부회장은 해외 주요 모터쇼와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 등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하며 글로벌 세일즈를 직접 주도한다.

구 회장은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공과대학을 졸업했다. 로체스터는 공과대학으로 분류되지만, 디자인과 예술에 강점을 가진 학교다. 입학 과정에서 창의성과 디테일, 인문학적 소양 등도 높게 본다. 인문학적 소양과 이공계 지식을 두루 갖춘 새로운 그룹 인재상과 맞닿아 있는 셈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해외에서 세계 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봤다는 것은 분명한 경쟁력”이라며 “하지만 한국적 환경에 이를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둘을 조화하는 경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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