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이 ESS(에너지저장장치)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지만 예상과 달리 실험에서는 발화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ESS 화재 사고 원인 발표가 1년 가까이 미뤄지고 있다. 업계는 특정 부품의 결함보다는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화재가 발생한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여 명으로 구성된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의 시험실증에서 발화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위원회는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을 바꾸고 실험 횟수를 늘리는 등 원인 규명에 주력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험실증을 한 번 하기 위해서는 시간적 경제적 비용이 만만찮다"며 "그럼에도 원인을 규명할 만한 발화를 재연하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ESS는 전력 등 에너지를 저장해 뒀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장치다. 지난해 5월 ESS 화재가 처음 발생할 당시만 해도 배터리가 유력한 화재 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각종 실험에서 유의미한 발화가 발생하지 않은 것에 비춰볼 때 배터리를 비롯해 전력변환장치(PCS) 등 각종 부품과 날씨(습도, 바람, 결로 현상 등), 시공, 알고리즘과 같은 소프트웨어(SW) 문제가 겹치면서 화재를 촉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명확한 사고 원인 발표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상반기 중에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위원회가 시험실증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최대한 빨리 조사결과를 내놓을 방침이다. 이르면 다음 달 중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업계 공청회도 열릴 전망이다.
지난해 1월부터 현재(2019년 2월)까지 발생한 ESS 화재는 총 20건. ESS 가동 중단으로 인한 한 달 손실(4.5기가와트시·GWh 기준)만 2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ESS 화재 원인 규명이 1년째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자 업계는 이미 계약한 사업이 취소되거나 무기한 중단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이미 설치된 경우도 안전 문제가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탓에 제대로 가동도 못하고 있다. 국내 ESS 관련 업체만 200여 곳에 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LG화학등 대기업은 여력이 있지만 중소업체는 정부의 결과 발표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중소업체는 국내 실적으로 해외진출을 할 수밖에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는 "ESS는 해외 수출산업으로 충분히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이번 화재 사고로 생태계가 붕괴돼서는 안 된다"며 "정부의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결과 발표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