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COVID-19) 여파에 유가급락 악재까지 겹치며 정유업계는 말 그대로 '사면초가'다. 특히 국내 산업의 최종 에너지 중 석유 비중은 50%를 훌쩍 넘는다. 정유업체들의 위기가 사실상 '한국 에너지공급망' 전체를 뒤흔들며 국가 산업 위기로 치닫을 수 있다.
이처럼 중요한 국가 기간산업이기에 정유업계에 필요한 선조치들을 시급히 단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5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정유업계가 최근 정부에 요청하고 나선 4가지 긴급대책을 시급히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유업계는 우선 △원유 재고를 전략비축유로 국가가 매입해 주고 △단기유동성 공급을 위한 적극적인 금융지원에 나서며 △석유수입부담금 등 각종 준조세의 납부를 미뤄주고 △관세 및 부가가치세 감면 같은 세정 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한다.
업계가 이렇게 다급한 요구를 하는 이유는 '천재지변'으로까지 불리는 위기상황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지만 계약을 이행해야 해 마지못해 공장을 돌리고 있다"며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를 보이는 것은 20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정유업계가 정유제품을 만들어 파는 제품가격에서 원유 구입가격을 뺀 정제마진은 이미 4개월째 마이너스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말에는 이 마이너스 정제마진이 더 커져 배럴당 2달러까지 상승했다.
이렇다보니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적자가 8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나온다. 국내 정유4사 적자 총합이 2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우려도 들린다.
정유사들은 일제히 가동률 조정에 들어갔다. 임금 반납과 인력 구조조정 움직임도 포착된다. 그러나 모두 일시적 대안이라는 지적이다. 초대형 장치산업인 정유사들의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은 0.5%에도 미치지 못한다.
결국 현재 314억원 규모로 알려진 전략비축유 매입 예산을 큰 폭 늘리고, 원유 수입 관세나 석유수입부담금을 한시적으로 내려주는 실질적 지원책이 절실하다. 일부에선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를 정유업계에 긴급 지원해주는 재원으로 활용하라는 주문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정유업계 지원 방안은 정부 부처별로 이해관계가 조금씩 달라 이를 조율하는 게 급선무"라며 "국가 기간산업 보호 차원에서 부처마다 입장을 양보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