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특수관계인 규정, 글로벌 추세 역행···美는 직계가족, 日도 3촌까지

오문영 기자
2022.02.14 06:02

[MT리포트]특수관계인 낡은 족쇄에 걸린 기업들④

[편집자주] 대기업 총수(동일인)의 특수관계인 자료 제출 의무와 관련해 시대착오적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수관계인의 범위가 '총수의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등으로 넓어 파악 자체가 힘든 상황에서 누락시 형사처벌까지 가능토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에 대한 시대 변화나 전문경영인 중심의 IT 산업 부상 등 경제 환경 변화를 반영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6촌 이내 혈족·4촌 이내 인척'으로 규정된 한국의 특수관계인 범위는 법 취지나 한국의 특수상황을 감안해도 글로벌 추세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영미권 국가에서는 경제적 공동체로 의미가 있는 가족 중심으로 특수관계인의 범위를 제한한다. 특수관계인 관련 법령을 만들 때 참고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도 한국보다 특수관계인 범위가 좁다.

14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친 대부분의 국가는 특수관계인 범위를 대체로 3촌 이내의 관계로 설정했다. 핵가족화가 진행된 사회·경제적 현실을 고려해 그 이상의 범위에서는 이해관계나 생활 교류관계가 충분치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미국에서는 혈연관계에 따른 특수관계인의 범위에 직계존비속(부모·조부모·자녀·손자녀)와 형제자매, 배우자만 포함된다. 배우자 부모나 형제자매인 인척 관계는 특수관계인 규정상 가족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가족들의 결혼·이혼·재혼에 따라 관계가 형성된 사람들은 가족의 개념과 범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영국은 특수관계인 범위를 사실상 경제적인 생활을 함께하는 최소 범위인 배우자와 자녀(미성년 자녀·양자)로 한정한다.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숙부와 숙모, 이종·고존사촌, 조카 등은 명시적으로 특수관계인의 범위에서 제외했다. 캐나다는 특수관계인 범위를 경제 공동체로 의미가 있는 가족 중심으로 구성한다.

옛부터 아시아권 문화를 공유해온 이웃 국가들도 한국처럼 광범위하고 복잡한 특수관계인 범위를 설정하고 있지 않다. 중국은 '관계가 밀접한 가족구성원'이라는 기준을 통해 경제적인 생활공동관계 형성에 의미를 둔다. 관계가 밀접한 가족구성원은 배우자, 만 18세 이상 자녀와 그 배우자, 부모와 배우자의 부모, 형제자매와 그 배우자, 자녀 배우자의 부모로 설정된다.

한국 규정의 기초가 된 것으로 알려진 일본 법령조차 특수관계인 범위를 보다 좁게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만하다. 일본 민법에서는 특수관계인 범위를 6촌 이내 혈족, 3촌 이내 인척으로 규정한다. 경우에 따라 그 범주를 더 좁힌다. 일본 금융상품거래법에서 특수관계인 범위를 배우자와 1촌 이내 친족으로 설정한 게 대표적이다.

한국이 가족문화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은 "법제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친족 범위를 3촌 이내로 여기는 것이 현재의 국민 정서"라고 말했다. 유 팀장은 "경제법령에서 규제하는 특수관계인의 범위를 국민 정서에 맞게 부모·배우자·자녀 등 직계가족으로 조정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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