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관계인 낡은 족쇄에 걸린 기업들
대기업 총수(동일인)의 특수관계인 자료 제출 의무와 관련해 시대착오적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수관계인의 범위가 '총수의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등으로 넓어 파악 자체가 힘든 상황에서 누락시 형사처벌까지 가능토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에 대한 시대 변화나 전문경영인 중심의 IT 산업 부상 등 경제 환경 변화를 반영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기업 총수(동일인)의 특수관계인 자료 제출 의무와 관련해 시대착오적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수관계인의 범위가 '총수의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등으로 넓어 파악 자체가 힘든 상황에서 누락시 형사처벌까지 가능토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에 대한 시대 변화나 전문경영인 중심의 IT 산업 부상 등 경제 환경 변화를 반영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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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은 2018년 6월 검찰의 공정위 압수수색을 돌이키면 아직도 속이 쓰리다. 당시 검찰은 공정위가 대기업 총수(동일인)의 특수관계인(친·인척) 자료 제출 누락과 관련해 봐주기 혐의가 있다며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압수수색에서는 공정위가 자료 제출 누락에 대해 고발 또는 무혐의 처분만 하도록 한 규정과 달리 자의적으로 경고 처분을 내린 사례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검찰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공정위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았던 김범수 카카오 의장 등을 같은 해 11월 기소했다. 김 의장은 2년여의 법정 공방 끝에 자료 제출 누락의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는 점이 인정돼 2020년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무리한 기소를 강행한 검찰도 그렇지만 단순한 자료 제출 누락을 두고 규정에도 없는 경고 처분을 했다가 압수수색까지 받은 공정위의 '치부'가 드러난 사건이다. 기업 저승사자,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위가 또다른 사정기관인 검찰에 압수수색을 당한
'사돈의 팔촌'. 친족이라지만 얼굴은커녕 이름도 모르는 먼 관계를 뜻하는 관용어다. 핵가족화 같은 시대상의 변화를 시사하는 말이기도 하다. 대기업 총수들은 이런 시대 변화와 관계 없이 얼굴도 모르는 친족의 혼인과 출산 여부는 물론이고 사소한 투자까지 일일이 파악하는 일을 매년 반복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지정과 관련해 동일인(총수)이 신고해야 하는 특수관계인의 범위(6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가 지나치게 넓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이유다. 100~300명에 이르는 특수관계인의 정보가 하나라도 누락됐을 때 고의성을 파악하는 기준이 애매해 공정위가 다분히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것도 학계와 재계의 비판을 받는 지점이다. 친족관계라는 이유만으로 경제적 권리를 제한하거나 과도한 다른 의무를 부과하면서 '경제 연좌제'라는 말까지 나온다. ━얼굴도 모르는 친족이 경제동일인?━ 특수관계인의 범위가 현행 가족제도와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경제법령상 특수관계인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국가 간 경계가 더욱 희미해지고 탈 가족화로 친족 개념이 변화하는 등 사회적 변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지금의 대기업집단 시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2021년 10월 22일,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공정위가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이하 대기업집단) 규제와 관련, 총수의 특수관계인 범위를 어떻게 정비할지 고민 중이다. 특수관계인 가운데 하나인 '총수 관련자'의 범위, 그리고 '총수 관련자' 중에서도 '친족'(배우자, 6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의 범위를 좁히는 방안에 무게가 실린다. 공정위가 제도 개선을 검토하는 것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규정된 특수관계인의 정의가 대기업집단 총수에 대한 고발 문제와 직접 관련이 됐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매년 대기업집단을 지정하면서 각 그룹으로부터 지정자료를 제출받는데 여기에 '특수관계인 현황' 등이 포함된다. 특수
'6촌 이내 혈족·4촌 이내 인척'으로 규정된 한국의 특수관계인 범위는 법 취지나 한국의 특수상황을 감안해도 글로벌 추세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영미권 국가에서는 경제적 공동체로 의미가 있는 가족 중심으로 특수관계인의 범위를 제한한다. 특수관계인 관련 법령을 만들 때 참고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도 한국보다 특수관계인 범위가 좁다. 14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친 대부분의 국가는 특수관계인 범위를 대체로 3촌 이내의 관계로 설정했다. 핵가족화가 진행된 사회·경제적 현실을 고려해 그 이상의 범위에서는 이해관계나 생활 교류관계가 충분치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미국에서는 혈연관계에 따른 특수관계인의 범위에 직계존비속(부모·조부모·자녀·손자녀)와 형제자매, 배우자만 포함된다. 배우자 부모나 형제자매인 인척 관계는 특수관계인 규정상 가족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가족들의 결혼·이혼·재혼에 따라 관계가 형성된 사람들은 가족의 개념과 범위